500가구 권한 이양엔 “서울시 패싱”
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3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여당의 주택 공급 정책을 두고 “부동산 정책의 목적이 정말 ‘오세훈 힘 빼기’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정면 비판했다. 정부가 서울시가 제안한 탄천물재생센터 개발안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려 한다며 “정치가 아니라 공급을 보라”고 날을 세웠다.오 시장은 28일 페이스북에 ‘부동산 정책의 목적이 오세훈 힘 빼기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던 정부가 돌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실효성이 없다’며 공격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언제 사업에 착수할 수 있을지조차 기약하기 어려운 용산공원은 가능하고 이미 이전 검토가 진행 중인 탄천물재생센터는 실효성이 없어 안 된다는 논리가 앞뒤가 맞느냐”며 “차라리 ‘오세훈이 내놓은 대안이라 안 된다’고 하는 편이 더 납득이 가겠다”고 비판했다.
탄천물재생센터 개발안은 오 시장이 이달 26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회동에서 용산공원 주택 공급의 대안으로 공식 제시했다. 물재생센터를 이전하고 해당 부지 일대를 피지컬 인공지능(AI) 산업과 청년 주거가 결합된 복합거점으로 개발하는 구상이다. 당시 김 장관은 “자료를 받아 분석해봐야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고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도 “서울시가 제안한 탄천 부지를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신규 택지를 발굴하기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푸는 것이 서울 주택 공급의 가장 빠른 해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아도 될 만큼 확실한 공급 해법이 이미 서울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바로 재개발·재건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부가 정비사업 용적률을 법정 상한의 1.2배까지 완화할 경우 2031년까지 순증 물량이 기존 8만7000가구에서 약 13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장을 기준으로 약 4만3000가구가 추가되는 규모다. 오 시장은 “새로운 땅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미래 세대의 녹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된다”며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하며, 가장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이미 눈앞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오 시장은 “공급 지연의 원인도 아닌 권한을 억지로 떼어내고 이를 ‘신속한 공급’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난개발을 부추기고 서울의 도시계획 체계를 흔드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서울시를 패싱하고 서울시장의 권한을 약화시키겠다는 정치적 목적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부동산 정책의 목적이 정말 ‘오세훈 힘 빼기’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정치가 아니라 공급을 보라. 오세훈이 아니라 시민을 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과 김 장관은 이르면 다음 주 다시 만나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선 회동에서는 정비사업 용적률 완화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활용 등에서 접점을 모색했지만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놓고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 시장이 이날 정부·여당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면서 다음 회동에서 양측이 공급 대책을 놓고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