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약기금 10개월만에 또 감면
채무조정 대상 채권 31.5조 달해
성실상환자 금리우대 제공 불구
형평성 침해… 도덕적 해이 우려
민생 최우선 구윤철(가운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반도체 호황으로 내년도 국세수입이 처음 5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인 가운데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장기연체채무 추가 감면에 투입하는 선심책을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새도약기금 출범 10개월 만에 또다시 대규모 빚 감면에 나설 경우 채무조정 대상 채권만 3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돼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을 해치고 추가 구제 기대에 채무 상환을 미루는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8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금리 상승기 대비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3년 은행권·정책금융 등을 통해 358조7000억 원이 투입됐는데 만기연장 조치 등을 통해 현재 약 43.1%(154조7000억 원)의 상환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약 6조3000억 원을 검토해 소각이나 삭감 등 감면 조치 액수와 대상을 4분기 중 발표할 방침이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소각·조정 대상과 규모, 수준은 내년 예산안 확정 전 결정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외 주요국은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부 재정을 투입했지만 한국은 금융 중심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해 금리 인상기를 맞아 상환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새출발기금과 새도약기금을 통해 취약차주의 채무를 조정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두 기금이 채무조정을 약정하거나 매입한 채권은 25조2418억 원에 달한다. 2022년 출범한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약정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13조5418억 원이다. 지난해 10월 신설된 새도약기금도 장기연체채권 11조7000억 원어치를 매입했으며, 지난 6월 말까지 세 차례에 걸쳐 2조2583억 원의 채무를 면제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도약기금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적극적 채무조정’을 추진하면서 정부의 채무조정 대상 채권은 30조 원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번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채무조정 대상이 최대 6조3000억 원에 이를 경우 기존 두 기금을 합친 대상 채권은 약 31조5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가 금리 상승기 취약차주 지원을 명분으로 재정을 동원한 빚 감면을 거듭 확대하는 셈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상공인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채무 감면이 반복되면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며 “채무 감면을 넘어 소상공인의 영업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형평성 논란을 줄이기 위해 성실상환자에게 금리와 대출 한도 우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성실 상환 소상공인의 금리를 0.3%포인트 낮추고 대출 한도를 2억 원 높인다.
기업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한 구조조정·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올해 12월 26일 일몰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연장을 추진한다. 수출입은행은 구조조정 중에도 연체 없이 빚을 갚는 기업에 원가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