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100억 집 서로 바꿉시다"…양도세 폭탄 예고에 강남서 벌어지는 일

내년까지 교환거래 땐 취득가액 시세로 재설정…수십억 절세 가능
장기보유공제 축소 앞두고 강남서 문의…文정부 때도 교환거래 급증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내려다 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photo 뉴시스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내려다 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photo 뉴시스

지난 8월 3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으로 초고가주택 장기보유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고되면서, 초고가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서는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각종 우회 거래가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가격과 조건이 비슷한 주택을 서로 맞바꾸는 이른바 '교환거래' 문의가 실제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환거래는 문재인 정부 말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강화, 대출 규제 등이 겹치며 주택 거래가 얼어붙자 급증한 바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 정부가 계속해서 세금 규제를 강화한다면 당시 나타났던 우회 거래와 시장 왜곡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간조선이 8·3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를 취재한 결과, 일부 업소에는 보유 주택을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아파트와 맞바꾸려는 의뢰가 접수됐다. 반포의 한 공인중개사 A씨는 "이미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같은 단지 내에서 같은 평으로 교환하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내년 디에이치 클래스트 등 대규모 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의뢰가 더 많이 들어올 것이다. 지금 시가 100억원인 아파트의 양도세가 10억원 이하로 나오는데, 2029년 개편될 세제 기준으로는 35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교환거래 하면 세금 25억 절세

A씨가 언급한 사례로 산정해보면 내년까지 교환거래를 하면 2028년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축소되기 전 현행 혜택을 적용받아 누적된 양도차익을 미리 정산하고, 새로 받은 집의 취득가액은 현재 시세로 다시 설정할 수 있다. 즉 10억원에 산 집이 현재 100억원이라면 비슷한 가격의 집과 맞바꿀 경우 90억원의 양도차익에 대해 현행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대신 새 집의 취득가액은 100억원으로 잡혀 이후 110억원에 팔더라도 양도차익은 10억원만 계산되는 것이다.

압구정의 공인중개사 B씨는 "세 부담이 늘더라도 교환거래 말고도 아예 안 팔고 버티자는 반응도 있다"며 "압구정 현대아파트 보유자 대부분은 여기서 평생 살아온 사람들이고, 원래도 집주인이 사망해야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반포·압구정 등 강남3구에는 실제 시장에 나온 주택 중에서도 장기보유 물건의 비중이 높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강남 3구에서 집합건물이 매도된 사례 가운데 건물을 10년 넘게 보유한 비율은 45.4%였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49.6%, 서초구 47.2%, 송파구 41.9% 순으로, 강남3구 전체 매도자의 16.8%는 20년 넘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환거래가 증가한 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계편안 탓이 크다. 현재 1가구1주택자는 주택을 보유하고 거주한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에 한해 양도세 계산 때 각각 연 4%씩, 최대 80%를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지난 8월 3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2028년도부터 보유에 따른 공제는 연 2%로 줄이고 거주 공제는 연 6%로 늘린 뒤, 2029년부터는 보유기간을 인정하지 않고 거주기간에 대해서만 연 8%씩 공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한도가 없었던 공제액에도 2028·2029년부터 각각 20억·10억원의 상한을 둔다. 이에 따라 10년 이상 실제로 거주한 1주택자라도 양도차익이 큰 초고가주택을 팔 때는 양도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가령 25억원에 산 집에서 10년간 거주한 뒤 75억원에 판다고 가정하면, 양도세가 현행 약 3억원대에서 2029년에는 최대 약 13억원까지 뛰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여당은 개편된 세제를 다시 손볼 전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강남에 자가를 보유한 어르신분들이 '30년 전에 사서 잘 살았을 뿐인데 우리가 무슨 잘못이냐'고 울분을 토한다"며 "그때와 비교하면 물가가 오르니 땅값이 오르는 것도 당연한데 그걸 국가가 환수하겠다고 하는 게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6년 당시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35평형의 시세는 상한가 기준 2억300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50억~60억원대로 최소 20배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996년 연평균 54.56에서 2026년 7월 119.77로 약 2.2배 상승했다.

교환거래 외에도 증여나 타인에게 주택 명의만 넘기는 명의신탁성 거래 등 다른 우회 수단이 등장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간다면 양도세가 증여세보다도 높아질 확률이 높다"며 "예를 들어 부산에 살면서 서울에도 집을 가진 사람이 서울에 사는 친척한테 증여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3자에게 집 명의를 넘기면서 원래 집주인이 다시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가등기를 걸어두는 방법도 있다"며 "이렇게 하면 명의를 넘겨받은 사람도 집을 마음대로 팔기 어렵고, 원래 집주인은 나중에 집을 되찾기도 쉽다. 이는 정상적인 거래와 구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환거래를 비롯한 우회 거래는 부동산 규제가 강화됐던 문재인 정부 말기에도 늘어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부활시킨 데 이어, 2020년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와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양도소득세율을 기본세율에 각각 20·30%포인트씩 더하도록 했다.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최소세율도 각각 12%와 6%까지 올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연간 200~300건 수준이던 전국 아파트 교환거래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431건으로 늘었다. 여파가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어져 2022년에는 무려 796건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2022년 11월 기준 경기 32건, 대전 16건, 부산 15건 순이었다.

文정부보다 거센 매도 압박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번 세제개편안이 문재인 정부 당시보다 압박의 강도가 세다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라 각각 연 4%씩 적용하도록 바꿨지만, 10년 이상 보유·거주 1주택자에게는 금액 제한 없이 최대 80%의 공제율을 유지했다. 반면 이번 개편안은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를 없애는 데다 공제액 자체에도 상한을 둔다. 양도차익이 큰 장기보유자가 현행 공제 혜택을 온전히 받으려면 사실상 내년 말까지 집을 무조건 처분해야 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전까지 정부 규제에도 부동산을 팔지 않고 버텨 이득을 봤던 사람들도 이번에는 힘들 것"이라며 "앞으로 종합부동산세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양도세까지 터지면 감당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규제보다 공급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의 공인중개사 C씨는 "아직 교환거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데, 맞바꿀 매물 자체가 안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세금 규제가 계속되면 결국 교환거래 등 우회 거래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교수는 "부동산시장을 규제로 누를수록 이를 피하려는 새로운 편법만 만들어진다"며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를 착공하겠다는 장기 목표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을 조기에 공급해야 전월세·매매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