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쥐·쓰레기 등 위협요인 종합 조사해야"
이달 초 홍도 항구 주변에서 휴식 중인 고양이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올해 6월 국내 대표적인 철새 중간 기착지 중 하나인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고양이 관리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이 올해 4~6월 진행한 조사에서 확인된 고양이 수는 최소 105마리지만 현장을 아는 동물단체들은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확한 개체 수와 활동 범위 등은 아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포획이나 중성화(TNR) 등 대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고양이뿐 아니라 집쥐, 유리창 충돌 등 철새에 미치는 전반적 요인에 대해 객관적인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21일 생태·동물보호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홍도 천연보호구역 고양이 관리실태 점검' 회의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기경석 상지대 조경산림학과 교수, 김지석 한백생태연구소장, 김포도 매거진탁 편집장, 송정은 광주시 수의사회 회장(광주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 정윤영 작가,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최윤호 백두대간숲연구소장(가나다순)이 참석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05~2007년 홍도·흑산도 일대를 조사한 결과 국내 조류 452종 중 74.6%인 337종이 이곳을 거쳐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태적 가치가 높은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면적의 약 95%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다. 나머지 약 5%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 지역인 '취락지구'로, 공원구역에서 제외돼 있다. 이 때문에 홍도의 관리 주체는 천연보호구역을 관리하는 국가유산청과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공단, 신안군 등 여러 기관에 걸쳐 있다.
고양이들이 마을 지역과 공원 경계지 등에서 철새를 사냥한다는 데에는 이날 참석자들도 이견이 없었다. 다만 이들은 고양이의 개체 수와 행동권, 급여 실태, 조류 피해 규모 등에 대한 기초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고양이가 철새를 포획한다는 사실만으로 고양이에 대한 관리방안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105마리는 최소 확인 수치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홍도 면적의 약 95%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포함돼 있지만 주민들이 모여 사는 ‘취락지구’는 공원구역에서 제외돼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한국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금까지 홍도 고양이 개체 수에 대한 조사는 공단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조류연구센터를 통해 진행해 최소 105마리를 확인한 게 전부다. 홍도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임에도 국가유산청은 홍도에 관한 민원이나 지자체의 요구가 없었다는 점을 들며 조류 피해와 관련해 별도로 진행되는 조사나 조치는 없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질의에도 "홍도 고양이의 조류 피해와 관련해 국가유산청이 생산·접수한 문서는 없다"고 답했다.
공단은 105마리 가운데 중성화수술(TNR)을 한 개체는 47마리로 확인했다. 그러나 개체 수는 공단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수일 뿐, 정확한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 공단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2023년과 2024년 홍도에서 44마리의 TNR을 시행하는 등 다년간 섬 고양이 구조 활동을 해온 심인섭 대표와 송정은 회장은 "사람에게 접근하지 않거나 야간에만 활동하는 개체, 취락지구에서 벗어나 생활하는 개체가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산했다.
홍도에서 관찰된 텃새인 동박새.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기경석 교수는 "고양이가 보호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클 수 있지만 현재 우리가 홍도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며 "고양이의 개체 수와 활동 범위, 철새의 이동시기와 고양이의 포식시기 등부터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무인센서카메라를 통한 개체 식별과 위치추적장치(GPS)를 이용한 행동권 조사, 분변 분석을 통한 먹이원 파악 등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새로운 조사에 앞서 공단과 연구기관, 동물단체 등에 흩어진 기존 자료부터 한데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지석 소장은 "과거 조사에서는 시기별로 조류 피해의 주요 원인이 다르게 나타났다"며 "지금까지 진행된 자료를 정리하고 연결해 향후 조사와 대책의 기본자료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체 수 관리와 보호지역 전체의 위협 평가해야
홍도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정확한 개체 수와 행동권 등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없는 실정이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심 대표와 송 회장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TNR이 개체 수를 조절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 회장은 "열린 공간에서는 TNR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제한된 공간에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시행에 앞서 개체 수를 조사하고 주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재개발지역에서 길고양이 중성화 활동에 참여했던 김포도 편집장은 "둔촌동에서 수년에 걸쳐 확인된 고양이의 90% 이상을 중성화한 사례가 있다"며 "새로 유입되는 개체 등으로 개체군이 계속 달라지는 만큼 목표 비율을 한 번 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조사·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TNR 시행 시점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심 대표와 송 회장은 과거 홍도에서 포획한 고양이 가운데 약 30%가 임신 또는 수유 중이어서 수술하지 못하고 다시 방사했다고 설명했다. 봄과 가을에는 이미 임신과 출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이전에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겨울에는 관광객이 줄고 주민 상당수가 목포로 나가면서 고양이들의 먹이가 부족해지고, 이 시기를 견딘 고양이들이 봄철 철새 이동 시기에 사냥에 나서면서 충돌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홍도 내 고양이가 사냥한 것으로 보이는 새 사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더불어 참석자들은 고양이에만 집중하지 말고 개방된 쓰레기 집하장과 음식물 쓰레기, 항구와 선박을 통해 유입되는 쥐, 건물 유리창 충돌 등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위협요인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윤호 소장은 "고양이는 홍도에서 중요한 위협요인일 수 있지만 위협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고양이뿐 아니라 보호지역에 영향을 주는 모든 위험요인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고양이 유입에 대한 대책부터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라도가 남긴 과제, 단편적 대응의 한계
홍도에서는 고양이와 쥐 못지않게 유리창 충돌로 새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참석자들은 홍도보다 먼저 고양이 갈등을 겪은 마라도의 경험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2023년 국가유산청은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이유로 마라도에 사는 고양이 45마리를 섬 밖으로 반출했고 집쥐 방제 사업도 진행했다. 그러나 반출 결정 당시 국가유산청이 고양이가 뿔쇠오리에 미치는 영향이나 뿔쇠오리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별도 연구는 없었다. 이후 대책 역시 고양이 반출과 쥐 포획에 집중됐고, 참석자들은 쥐의 먹이원과 서식지가 될 수 있는 생활쓰레기 등 환경적 요인에 대한 대책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마을 지역과 보호구역이 맞물린 복합적인 환경을 갖춘 홍도에서 같은 한계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새 대 고양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봤다.
정인철 사무국장은 "애초에 이 문제를 고양이와 뿔쇠오리만의 문제로 보고 해결하려고 한 방식이 너무 단편적인 접근이었다"며 "생활쓰레기와 해양쓰레기 등 집쥐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홍도는 마라도보다 주민과 관광객이 많아 배출되는 쓰레기도 많은 만큼, 고양이를 계획 없이 대거 반출할 경우 집쥐가 늘어날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발성 아닌 중장기적 이행방안 필요
21일 생태·동물보호 전문가 등이 '홍도 천연보호구역 고양이 관리실태 점검’ 회의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고은경 기자참석자들은 TNR 등 단발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홍도를 공동 답사해 고양이와 철새의 충돌 지점, 고양이를 돌보는 주민들과 먹이 공급 실태, 쓰레기로 인한 영향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에 공식 조사와 연구과제를 제안하고 협의체 상설화와 관리지침 마련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정 국장은 "국가 보호지역인 만큼 법과 원칙이 출발점이지만, 고양이와 공존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선택도 놓칠 수 없다"며 "야생화된 고양이 관리부터 정확한 로드맵 위에서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나아가 홍도를 비롯한 섬에 사는 고양이 문제를 앞으로도 '새 대 고양이' 구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윤영 작가는 "새 편과 고양이 편으로 나눠 갈등하는 방식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이 문제는 새와 고양이의 싸움이 아니라 새와 인간 활동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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