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연설 9월 인상 시사한 것”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연례회의에 참석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잭슨홀 데뷔 무대에서 ‘매파’ 본색을 드러냈지만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선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연준의 9월 금리인상을 전망했다.신 총재는 28일(현지시간) 잭슨홀 연례회의가 열린 잭슨레이크롯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워시 의장의 이번 발언은 7월 때와는 차이가 크다”며 “9월 회의 (금리인상)에 대해 상당히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의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65개월간 목표치를 상회했다, 우리의 목표는 PCE 2%다. 우리는 할일이 있다. 수단은 정책금리다”라는 발언을 금리인상에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평소엔 반기지 않을 메시지인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안도했다”며 “워시 의장의 의도를 헤아려 신뢰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워시 의장 연설에 대해 단기 국채금리는 오르고 장기채 금리는 하락하다가 소폭 상승한 것이 증거라고 했다.
다만 그는 연준의 대응에 대해 “가급적 호미로 막아야 되는데 필요하면 가래로라도 막아야 한다”며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앞서 신 총재는 27일 한은이 기준금리 2연속 인상을 단행한뒤 “호미로 정책을 펴겠다”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한바 있다.
신 총재는 “미국은 물가가 3%를 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관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며 “관세는 2차 파급이 없다면 일시적인 충격이기 때문에 당장 대응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러다가 그동안 밀렸던 물가상승 압력이 치고 올라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물가가 65개월간 목표치를 상회했으면 자체적인 (상승) 모멘텀이 붙은 것”이라며 “이제 행동에 옮겨야할 때”라고 금리인상을 강조했다.
워시 ‘조용한 연준’ 이론 제공한 신현송 “K점도표 1년 평가뒤 결정”특히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의 지론인 ‘조용한 연준’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신 총재는 “(워시가) 나와 그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눴었고 실천에 옮긴 것”이라며 “시장에선 익숙치 않으니까 그동안 당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워시 의장의 연설문 각주에는 참고문헌이 담겼는데 이중 신 총재가 2002년 발표한 ‘공공 정보의 사회적 가치’ 논문이 포함돼 있다.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은 시장에 익숙했던 포워드가이던스는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점도표에 대해서도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말을 많이 하면 투명하다고 흔히들 오해한다”며 “말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시장 정보 해석 능력이나 취합 기능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워시 의장은 연설에서 ‘거울의 방’ 이론을 들어 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신 총재도 “거울의 방처럼 중앙은행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시장 가격이 이를 반영하고 다른 가격도 좌우하면서 시장 전체가 중앙은행의 소통에 사로잡혀 버린다”며 “자체적인 가격 발견 능력이 없어져버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행도 미국식 점도표를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신 총재 취임 이후 재평가 작업을 진행중이다. 신 총재는 “K점도표에 대해선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다”면서도 “2월, 5월, 8월까지 3번 했는데 아직 이르고 1년 후에 평가를 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안정에 “외환시장 중심 잡을것”...“4500억불 대미투자 환율에 부담안돼”그는 “몇번 하니까 중앙은행에서 하는 마이크로 현상까지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려 한다”며 “바람직하지 않고 워시 의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령 점도표에서 누구 점인지 보물찾기 하는 현상이나 의결문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서 해석하는 것들”이라며 “우리가 시장에 전달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봐달라고 당부를 하는 것도 그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급락했지만 향후 추세에 대해선 여전히 엇갈린 전망이 많다. 신 총재는 “한국에선 외환위기 트라우마 때문인지 환율이 단순한 교역조건을 위한 가격이 아니고 전체 금융과 통화제도의 신뢰를 나타내는 상징”이라며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중심을 잡는 역할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5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가 원화값 재급락의 ‘트리거’가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를 한 것이라 환율에 부담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총재는 “금리로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한은의 금융안정 책무에서 물가 다음으로 중요한게 부동산”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금융안정이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다. 그러면서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물가와 달리 호미로 못막으면 가래로도 못막는다”고 강조했다.
잭슨홀(미국) 임성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