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생전에 현금을 인출해 금고 등에 보관하더라도 일정 금액을 넘으면 자금의 사용처를 소명해야 한다. 사망 전 2년 이내 인출액이 5억원 이상인데 용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일부 금액이 상속재산으로 추정돼 과세될 수 있다.
30일 부동산 투자·컨설팅 전문기업 밸류업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5조는 피상속인이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 재산 종류별로 2억원 이상, 또는 2년 이내 5억원 이상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한 경우 그 용도를 따지도록 하고 있다. 사용처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일정 금액을 상속인이 받은 재산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할 수 있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는 “사망 직전에 현금을 빼돌려 놓으면 국세청에서는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소명하라고 요구할 수 있고, 소명하지 못하면 상속받은 재산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용처를 밝히지 못한 금액 전부가 상속재산으로 잡히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은 용도가 불분명한 금액에서 전체 인출액의 20%와 2억원 가운데 적은 금액을 차감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넘어서는 금액이 추정상속재산으로 과세되는 구조다.
한 예로 사망 전 2년 동안 6억원을 인출하고 이 가운데 병원비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처가 확인된 금액이 1억원이라면 미소명 금액은 5억원이다. 전체 인출액의 20%인 1억2000만원을 빼면 나머지 3억8000만원이 상속재산으로 추정돼 과세가액에 포함된다.
인출액이 커질수록 소명하지 못했을 때 과세되는 금액도 늘어날 수 있다. 사망 전 2년 동안 15억원을 인출하고 이 가운데 13억원의 사용처를 밝히지 못했다면 전체 인출액의 20%는 3억원이다. 그러나 차감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억원이어서 나머지 11억원이 추정상속재산으로 과세된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배 대표는 “전액이 그대로 과세되는 것은 아니지만 완충 범위를 넘는 금액은 영수증, 계좌이체 내역, 진료비·생활비 지출 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며 “‘가족 생활비로 썼다’는 진술만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정상속재산 규정은 헌법재판소에서도 합헌 판단을 받았다. 헌재는 2012년 결정(2010헌바342)에서 해당 규정의 입법 취지가 부당한 상속세 회피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데 있다며 합헌으로 판단했다.
현금을 인출한 뒤 자금의 행선지가 확인되면 과세 방식도 달라진다. 자녀 명의 부동산을 사거나 자녀 계좌로 돈이 흘러간 사실이 확인되면 사전증여재산으로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사망 전 10년 이내 증여분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되고 이미 납부한 증여세는 공제된다. 반면 자금의 행선지를 확인하지 못한 금액은 추정상속재산으로 과세될 수 있다.
사망 전 1년 2억원, 2년 5억원보다 적게 인출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배 대표는 이 기준이 상속인에게 입증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법정 추정의 문턱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과세당국이 해당 자금이 자녀에게 귀속된 사실을 확인하면 증여세나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금으로 인출한다고 금융거래 기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금융기관은 하루 1000만원 이상의 현금 입·출금이 발생하면 고액현금거래보고(CTR) 제도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동 보고한다.
배 대표는 “현금으로 뽑아 금고에 쌓아두면 세금을 피할 수 있다는 믿음은 절세가 아니라 세무 리스크를 스스로 키우는 선택에 가깝다”며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주고 싶다면 감추는 방법이 아니라 세법이 허용한 공제와 절차를 정확히 활용하는 방법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