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간판 캐나다 해안에 등장
“지금도, 언제나 온타리오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맞닿은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바꾸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캐나다 온타리오 지방정부가 거대한 간판을 세우며 맞불을 놨다.
29일(현지시각) AP와 토론토스타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주 총리는 이날 온타리오주 그림즈비 해안에 “온타리오호, 지금 그리고 영원히”라고 적힌 대형 간판을 공개했다. 건물 2층 높이에 달하는 이 간판은 영어와 프랑스어로 나란히 제작됐다. 포드 총리는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호수 이름을 바꾸려 한 조치에 항의하며 “우리는 항상 주권을 보호할 것이며, 깡패에게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지 한참 후에도 이곳은 여전히 온타리오호로 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갈등은 최근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협상이 파행을 겪고 관세 부과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촉발됐다. 두 나라가 협상 결렬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부르도록 미국 연방 기관에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포드 총리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밑에서 일하는 “하수인”이라 부르며, 고인이 된 형 롭 포드 전 토론토 시장보다 “카리스마나 지능이 떨어지는 형제”라고 조롱하는 등 감정 싸움을 벌였다. 앞서 포드 총리 역시 트럼프가 추진하는 관세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그를 지속적으로 “깡패”라고 불렀다.
카니 캐나다 총리는 온타리오호라는 이름이 미국 독립선언이나 캐나다 연방 창설보다 훨씬 앞서 존재했다며 개칭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와브 키뉴 매니토바주 총리는 트럼프가 지난 2025년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꿨던 일을 언급하며 트럼프를 “과거 히트곡을 다시 부르려는 늙은 록 밴드 같다”고 꼬집었다. 캐나다 역사학자 로버트 보스웰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가 이 멍청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원주민 사회도 강하게 반발하며 역사 지우기 시도라고 규탄했다. 온타리오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 살던 휴런 원주민 언어로 빛나는 물의 호수를 뜻한다. 피에르 피카르 웬다트 부족 대추장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지우려 하는 대통령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는 본인 소셜미디어에 금발 머리를 한 캐나다 기러기들이 총을 들고 아메리카호를 지키는 합성 사진을 올리며 여론전을 이어갔다. 넬슨 와이즈먼 토론토 대학교 명예교수는 “트럼프는 캐나다가 속국처럼 행동하기를 원하지만, 캐나다가 이를 거부하자 짜증이 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나라가 서로 보복 관세를 예고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이번 이름 논쟁을 기점으로 북미 무역 동맹 균열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