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 셔틀 ‘로이’가 서울 청계천 일대를 주행하고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제공A2Z, 세계 14곳 도시에서 111만㎞ 주행
라이드플럭스, 안전요원 없이 2만여시간
해외 선두업체 5년 내 상용화 관측 속
국내업체 완전 무인화·원가 절감 과제
지난 25~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2026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AME2026)에서 만난 차들은 각종 기기로 무장한 상태였다.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 센서를 이용해 정해진 운행 조건·구역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이른바 ‘4단계’ 자율주행을 하러 나선 차들이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의 자율셔틀 ‘로이’였다. 막 나온 식빵처럼 생긴 이 셔틀은 최대 11명을 태울 수 있다. 현재 로이를 비롯한 A2Z의 자율주행차들은 서울 청계천을 비롯해 전 세계 14개 도시를 돌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기준 이들이 누빈 주행거리만 111만9969㎞에 달했다.
지난 25일 만난 국내 자율주행 기업 관계자들은 국내 자율주행 기술도 실험실을 벗어나 ‘무인 자율주행 상용화’의 문턱에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웨이모 등 해외 선두업체도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무인 상용화까지 최대 5년이 필요하다고 본다. 향후 5년이 자율주행 시장을 판가름하는 분수령인 셈이다.
“주행이 어려울수록 데이터 질은 높아져”
라이드플럭스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안전요원이 탑승하지 않은 무인 자율주행 차량을 시험 운행하고 있다. 순수 자율주행 시간은 2만4000시간에 달한다. 해외 선두업체보다 절대적인 시간은 적지만, 라이드플럭스는 ‘시간의 질’을 자신했다. 비교적 운전이 수월한 고속도로나 버스전용차선보다 돌발 상황이 많은 도심에서 얻은 ‘양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인 상용화 기반을 착실히 쌓고 있다고 했다. 서현철 라이드플럭스 브랜드매니저는 “2020년 5월 처음 공도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 뒤 주로 혼잡한 도심에서 데이터를 습득해왔다”며 “도심은 교통량도 많고 주행도 까다로우며 킬로미터수도 잘 안 오르지만, 그만큼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의 질만 따지면 해외 기업들에 비교해 국내 로컬 기업들이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라이드플럭스의 자율주행 차량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를 운전석을 비운 채 주행하고 있다. 라이드플럭스 제공미래 자율주행 시장 판도는 ‘사업성’이 결정
이날 만난 자율주행 기업들은 완전 무인화와 부품 비용 절감 등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 향후 시장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라이드플럭스는 서울 상암에서 안전요원을 보조석에 태우고 시험 운행 중인데, 조만간 안전요원을 빼고 연내 공개 서비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안전성을 확보한 뒤에는 현재 최대한 많이 장착한 센서도 하나씩 줄여나갈 계획이다.
반면 A2Z는 국내 부품사와의 협업을 통한 원가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부품사 96%를 국내 업체로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민영 A2Z 전략기획팀매니저는 “자율주행 라이다 센서는 2018년엔 하나에 5000만~7000만원이었지만 현재 1000만원대로 떨어졌다”며 “국내 업체와 협업하면 사후관리와 부품 수급도 더 쉽다”고 했다.
국내 자율주행 시장에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가 정부의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사업’에 관심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사업은 전남광주 시내에 자율주행차 200대를 실증하는 사업으로, A2Z가 80대, 라이드플럭스와 현대차가 각각 60대를 투입한다. 정부는 전남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에 로보택시를 최대 3000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자금 확보도 관건이다.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을 고도화하려면 AI 전용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 유병용 A2Z 플랫폼개발본부장(부사장)은 “국내에서 데이터는 우리가 제일 많다”며 “GPU만 많으면 미·중을 따라갈 수 있는 자율주행 AI 기술로 제일 빨리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A2Z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술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라이드플럭스도 올초 기술성 평가를 마치고 연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AME2026)을 찾은 한 군인이 자율주행 기업 퓨처드라이브의 원격주행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이 차량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한 주차장에서 움직였다. 오동욱 기자‘틈새’ 공략하는 퓨처드라이브와 쏘카
자율주행 시장의 ‘틈새’를 노리는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퓨처드라이브는 관제센터에 있는 사람이 차량을 제어하는 원격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완전자율주행 전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과도기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코엑스 전시장에 설치한 운전석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주차장에 있는 차와 연동돼 있었다. 자율주행차가 인간의 판단을 필요로 할 때, 관제센터에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렌터카 업체인 쏘카는 자율주행 AI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들을 모으고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블랙박스 영상 등 실제 인간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해 시뮬레이션을 위한 데이터로 변환해 제공하는 식이다. 여기에 쏘카 차량에 자율주행 모델 학습을 위한 전용기기를 장착해 직접 실도로 주행 데이터 또한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