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감사위원 선임을 둘러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영풍·MBK가 한국ESG기준원(KCGS)의 박유경 후보 찬성 권고를 앞세워 공세에 나서자, 고려아연은 KCGS를 제외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7곳이 모두 회사 측 백인규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며 맞받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이날 오전 KCGS가 오는 9월 9일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유경 감사위원 후보 선임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반면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냈다.
영풍·MBK는 KCGS의 판단을 근거로 이번 감사위원 선임의 핵심이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KCGS는 원아시아펀드 투자와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주요 지배구조 쟁점으로 거론했다. 감사위원이 회사 자금의 투자·사용 과정과 경영진의 이해상충 여부를 독립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백 후보에 대해서는 독립성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백 후보가 이사회 의장과 ESG센터장을 지낸 한국 딜로이트그룹이 고려아연 주요 전략사업의 재무실사에 참여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박 후보에 대해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책임투자와 기업지배구조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경영진 견제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영풍·MBK는 “KCGS의 이번 권고는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핵심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실질적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있다는 점을 짚은 분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고려아연은 이날 오후 국내외 다른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 현황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안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주요 의결권 자문사 가운데 ISS와 글래스루이스, 이건존스 프록시서비스, PIRC, 서스틴베스트, ESG연구소, 한국의결권자문 등 7곳이 백 후보 선임에 찬성하고 박 후보에는 반대를 권고했다. KCGS만 백 후보 반대, 박 후보 찬성 의견을 냈다.
고려아연은 특히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모두 백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날 공개된 다른 보도에서도 현재까지 주요 자문사 8곳 가운데 7곳이 백 후보 찬성을 권고한 것으로 확인된다.
백 후보를 지지한 자문사들이 내세운 논리는 ‘전문성’이다. 백 후보는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고 있으며 딜로이트안진에서 약 30년간 파트너로 근무했다.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경험을 토대로 감사위원회의 회계·감사 및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의결권자문은 현재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에 공인회계사 등 회계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백 후보를 통한 전문성 보강이 필요하다고 봤다. 글래스루이스도 백 후보가 회계와 내부통제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결국 양측은 같은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를 놓고 서로 다른 대목을 부각하며 맞붙는 모양새다. 영풍·MBK는 ‘KCGS가 박유경을 선택했다’며 독립성을 강조하고, 고려아연은 ‘KCGS를 제외한 7곳이 백인규를 선택했다’며 전문성과 다수 자문사의 지지를 앞세우고 있다.
오는 9월 9일 임시주총이 다가오면서 감사위원에게 필요한 자질을 둘러싼 공방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영풍·MBK가 경영진을 견제할 ‘독립성’을 내세우는 데 맞서 고려아연은 회계·감사·내부통제 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감사위원 선임을 둘러싼 양측의 표 대결도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