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전용차량을 타고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지니아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으로 이동하던 중 노트북 화면에 표시된 사진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내가 베네수엘라 석유로 할 일 중 하나는 국가전략비축량을 채우는 것”이라며 “(비축유를)가득 채우는 절차가 아주 곧 시작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국민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선물”이라고 했다.
지난 21일 현재 미국이 보유한 전략비축유는 2억9000만 배럴로, 1982년 말 이후 최저치다. 저장 가능 용량이 7억1400만 배럴을 기준으로 현재 보유량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미국의 전략비축유가 급감한 배경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전쟁의 여파로 급등한 유가를 잡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대규모로 방출한 것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는 그러나 미국의 전략비축유 급감의 이유를 “‘슬리피 조’(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월 22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엘 팔리토 정유소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트럼프의 주장대로 베네수엘라 석유로 전략비축유를 채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 원유 개발에는 대규모 투자와 기반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와의 합의로 얼마나 신속하게 비축유를 채울 수 있게 될지, 미국 소비자들이 단기적으로 어떤 혜택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 28일 베네수엘라와 ‘전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과 가까운 현지 사업가 알레한드로 베탕쿠르의 회사 ‘노스 아메리칸 블루 에너지 파트너스’(NABEP)가 100년간 베네수엘라 미개발 유전 개발권을 얻어 유전 17개를 개발하고 미국은 생산량의 55%를 확보한다는 게 골자다.
해당 17개 유전에 매장된 원유는 650억 배럴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 베네수엘라의 매장량 3030억 배럴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매장량을 보유한 회사가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내역을 잘 아는 인사들을 인용, 미국이 NABEP의 비경영 지분 35%를 갖는 한편 생산량의 20%를 원가로 우선 구매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으로 석유 공급이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상당한 규모의 석유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석유 매장량 460억 배럴에 합의 대상인 650억 배럴을 합치면 미국이 접근할 수 있는 원유 매장량의 규모가 대폭 늘어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지만 주로 휘발유에 적합한 경질유에 생산이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항공유를 비롯해 상당량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데 베네수엘라 원유가 이에 적합한 중질유다. 다만 이번 합의의 세부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실행이 담보되는 프로젝트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게시한 영상. 트럼프는 해당 장면이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 지도자에 대한 치명적인 공습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6월 12일 베네수엘라에서 창설된 초국적 갱단인 ‘트렌 데 아라과’의 지도자를 대상으로 치명적인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일단 유전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금이 어떻게 확보되는지가 확실치 않다. 미 국방부가 국가안보상 중요한 합의임을 근거로 투자 위험을 낮춰주는 조치에 나설 예정이지만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와 미국 압송 이후 트럼프의 재촉에도 베네수엘라 투자를 꺼리던 미국 석유기업들이 생각을 바꿀지 미지수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과거 외국 기업의 자산을 몰수한 전례가 있는 데다 정치와 치안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낙후된 석유생산 기반 시설의 대대적 복구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려면 최소 10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CNN방송은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