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주택 공급 방안 면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가격 폭락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대통령께서 여전히 부동산 시장과 민생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부동산 현실 인식, 어안이 벙벙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SNS를 통해 “조기 대량 공급과 투기 수요 억제, 고금리에 따른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 등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오 시장은 “주택가격 폭락을 예견하는 것부터 황당하지만, 그 근거로 내세운 ‘조기 대량 공급’, ‘투기 수요 억제’,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은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과 민생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계획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공급 목표만 요란할 뿐 구체적인 일정과 실행계획조차 보이지 않는 정부의 공급 발표를 ‘조기 대량 공급’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큰 착각”이라며 “대통령 임기 내 착공조차 불투명한 계획들로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도, 국민에게 공급의 확신을 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권 일부 매물의 호가가 낮아진 현상을 정부의 투기 수요 억제 효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징벌적 세금과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시행을 앞두고 초고가 주택 일부가 일시적으로 호가를 낮춘 것을 시장 전반의 가격 하락으로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오히려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며 ‘가격 키 맞추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정책 성과로 평가한다면 잘못된 보고를 받고 있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오 시장은 대출 연체와 경매 물건 증가를 주택가격 하락의 전조로 해석하는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경매 물건 증가만으로 주택가격 흐름을 판단하기 어렵고, 실제 낙찰가격이 감정가에 비해 어느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낙찰가율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1.0%로 4개월 연속 100%를 웃돌았다”며 “경매 물건이 늘어났는데도 서울에서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져보라고 한 경매 지표는 집값 하락의 조짐이 아니라 서울의 두터운 대기 수요와 심각한 공급 부족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출 연체와 경매 증가를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오 시장은 “경매에 나온 집의 소유자가 모두 무리하게 대출받아 주택을 사들인 투기꾼은 아니다”며 “내수 부진과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도 있고,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나뿐인 집을 담보로 제공했다가 생업과 삶의 터전마저 잃을 위기에 놓인 평범한 국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매 물건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집값 폭락의 신호인 양 반길 것이 아니라 경매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국민의 고통 앞에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집값 폭락’을 직접 거론한 배경에 정부의 공급대책 부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드러냈다. 그는 “당장 내놓을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없으니 대통령이 직접 ‘집값 폭락’을 거론해 시장에 공포를 불어넣고, 주택 보유자들을 쥐어짜서라도 매물을 내놓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부동산은 국민에게 엄포를 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투기 타파’라는 구호만 반복한다고 시장이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며 “수요와 공급, 금리와 금융, 매매와 임대차가 복잡하게 얽힌 시장을 정확한 데이터와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더 이상 임시방편과 공포를 앞세워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 말라”며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전면 재검토하고 국민이 원하는 곳에 실질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 1년간 국민도 대통령도 이미 충분히 겪었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