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엘니뇨 강화... 더 더워질 수도
파나마엔 가뭄, 칠레엔 폭설... "강력할 것"
엘니뇨 현상으로 엘살바도르 카타리나주 산에스테반에 가뭄이 들이닥친 28일, '15 데 세프티엠브레' 수력발전 댐 인근 렘파강이 상당히 말라 있다. 산에스테반(엘살바도르)=EPA 연합뉴스역사상 최악의 엘니뇨가 지구를 덮치면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올 6월을 전후해 이미 1.3도를 넘었고, 향후 2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세계 곳곳을 휩쓸며 농작물 재배와 원자재 생산 등 글로벌 공급망에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엘니뇨 판단의 기준점이 되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니뇨3.4 해역' 해수면 온도는 지난 30년(1991~2020년) 기후 평년값에 비해 올해 5~7월 평균 1.39도 높았다. 앞서 유럽중기예보센터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22일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가 21.1도로 나타났다"며 “기록을 시작한 1979년 이래 최고 온도”라고 지적했다.
NOAA는 6월 발표한 월례 보고서에서 “이번 엘니뇨 시기에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아질 확률이 63%”라고 내다봤다. 통상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높으면 '슈퍼 엘니뇨'라고 부른다. 심지어 엘니뇨의 최성기는 가을~겨울철이다. 9~11월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NOAA도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엘니뇨가 강화할 확률이 97~99%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미국 비영리 연구단체 버클리 어스는 “이번 엘니뇨는 최근 150년 사이 찾아온 엘니뇨 중에서 가장 강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극단적인 엘니뇨는 전 세계를 덮치면서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다. 파나마운하는 갑문 안에 물을 채우고 빼는 방식으로 배를 통과시키기에 한 척당 약 5,000만 갤런(약 1억8,000만 리터)의 담수를 소모한다. 그런데 엘니뇨가 이 지역에 극심한 가뭄을 몰고 오면서 운하에 담수를 공급하던 가툰호수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이 때문에 파나마운하 운영사는 이달 중순까지 최대 선박 통과 횟수를 36척에서 32척으로 줄였다. 선박들의 운하 이용료는 약 80만 달러(약 11억 원) 수준에서 최근 몇 주 사이 250만 달러(약 35억 원)까지 치솟았다. 호르무즈해협과 수에즈운하 활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파나마운하까지 문제가 생기자 값이 폭등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아체 브사르 다룰이마라에서 31일 한 농부가 말라버린 수로에서 물을 길어 작물에 물을 주고 있다. 아체 기상 관측소(BMKG)는 엘니뇨 현상이 내년 1월까지 강한 강도로 지속되어 농작물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다룰이마라=EPA 연합뉴스칠레 로스 펠람브레스 구리 광산은 5m가 넘는 눈 폭탄을 맞으며 가동이 중단됐다. 이 광산이 위치한 지역은 원래 연평균 강수량이 125㎜에 불과할 정도로, 평소 눈은커녕 비도 잘 오지 않았다. 해당 광산의 구리 생산업체인 안토파가스타는 올해 연간 구리 생산량 전망치를 65만~70만 톤에서 5%가량 낮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수요가 생기면서 구리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공급 차질을 우려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엘니뇨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가뭄이 발생하면서 소비자 물가가 거의 2%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역 강우량이 평균에 비해 13%가량 낮아지면서 벼농사는 물론 코코아와 설탕 등 다른 농산물 생산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