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한국투자증권1일 블로터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토대로 자기자본 20위권 증권사의 2005년 이후 대표 이력을 전수 집계했다. 한투증권은 2005년 6월1일 동원증권과 합병해 통합법인으로 출범했다. 당시 홍 전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었다. 2007년 1월 유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홍 전 사장은 같은 해 3월 물러났다.
한투증권의 대표이사 계보에서 가장 긴 자리를 차지하는 인물은 유 부회장이다. 유 부회장은 2007년 1월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같은 해 3월에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후 2008~2018년 매년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재선임 횟수는 모두 11차례다. 2019년 1월 대표에서 물러날 때까지 약 12년간 경영을 맡았다. 한 번에 긴 임기를 보장받은 게 아니라 재선임을 거듭하며 장기 재임으로 이어졌다.
유 부회장이 물러난 뒤에도 내부 승계가 이어졌다. 정 부회장은 한투증권 상무와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19년 1월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대표 재임 기간은 5년이다. 2024년 1월 김 사장이 대표로 선임되면서 정 부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사장도 한투증권에서 상무와 전무, 부사장을 지냈다. 외부에서 새 수장을 영입하기보다 내부에서 경영 경험을 쌓은 인사가 다시 대표를 맡은 셈이다. 김 사장은 2024년 1월 취임한 뒤 현재까지 대표직을 맡고 있다.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전임 대표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는 점도 한투증권의 승계 과정에서 확인된다. 2026년 6월 말 반기보고서를 보면 유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모두 미등기 상근 부회장·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유 부회장이 정 부회장에게 대표직을 넘긴 뒤 회사에 남았다. 정 부회장도 김 사장에게 자리를 넘긴 뒤 같은 경로를 밟았다. 대표 교체와 동시에 전임 경영진이 회사를 떠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대표 인사에서는 연속성이 두드러졌지만 사업에서는 선점 전략을 택했다. 유 부회장이 대표를 맡던 2017년 11월 한투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발행어음 사업의 문을 먼저 연 것이다. 2025년 11월에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로 지정됐다.
사업 규모도 커졌다. 2026년 6월 말 발행어음 잔액은 22조4680억원이다. IMA 수탁금 평가액은 2조695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13조1922억원이다. 2025년 말 11조1623억원보다 2조원 이상 늘었다.
실적도 확대됐다. 한투증권의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조3427억원, 순이익은 2조135억원이다. 2026년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2조17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89.0%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조7311억원으로 68.8% 증가했다.
한투증권의 지난 20년은 유 부회장의 장기 재임에서 출발해 내부 승계로 이어졌다. 유 부회장이 약 12년간 대표직을 맡은 뒤 정 부회장과 김 사장이 차례로 자리를 이어받았다. 전임 대표가 부회장으로 남는 구조도 반복됐다. 수장 교체의 폭은 크지 않았지만 사업에서는 발행어음과 IMA를 앞세워 영역을 넓혔다. 경영진의 연속성과 사업 확장이 한투증권의 지난 20년을 관통한 두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