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매도 호가 6억원…차이는 3500만원
상계·일산도 예상 분담금 부담 커져
정부가 수도권 물량 확대 중심의 주택 공급 후속 대책을 준비 중인 가운데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주택 단지 모습. /연합뉴스6년 전 경기 시흥시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2억6500만원에 산 A씨는 최근 재건축을 마친 새 아파트 전용 59㎡에 입주했다. A씨에 따르면 매입 당시 1억8000만원 정도로 예상했던 분담금은 사업이 진행되면서 2억4000만원을 거쳐 입주 때 3억원 안팎까지 늘었다. 매입가격과 분담금을 합친 총투입액은 5억6500만원이다. 같은 주택형의 현재 매도 호가는 6억원 안팎이다. 호가를 기준으로 한 차이는 3500만원에 그친다. A씨는 “6년간 낸 세금과 대출이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기존 아파트 가격에 먼저 반영된 뒤 공사비와 사업비 재건축 기대감이 기존 아파트 가격에 먼저 반영된 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르면서 재건축의 가격 이점이 줄어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구축 매입가격에 예상 분담금을 더하면 인근 신축이나 준신축 가격과 비슷해지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흥시 대야동 영남아파트를 재건축한 ‘e편한세상 시흥 더블스퀘어’ 전용 59.92㎡는 현재 6억원 안팎에 매물로 나와 있다.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신축이지만, A씨의 총투입액과 호가의 차이는 3500만원 정도다.
조합이 올해 초 공개입찰에 부친 보유 물량도 비슷한 가격에 나왔다. 조합은 지난 2월 28가구의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전용 59㎡ 3가구의 최저 입찰 기준가격은 5억5685만~5억6200만원이었다. A씨의 총투입액 5억6500만원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 단지는 기존 1025가구를 1026가구로 다시 지은 사실상 1대1 재건축이다. 2020년 9월 사업시행인가와 2021년 11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거쳐 지난 6월 준공인가를 받았다.
사업 속도는 빨랐지만 공사 계약금액은 크게 늘었다. DL이앤씨 공시에 따르면 계약금액은 2023년 9월 2155억원에서 2024년 12월 2490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 3개월 만에 약 335억원, 15.6% 늘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전경. /정해용 기자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도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비슷한 계산이 나온다. 기존 전용 31㎡ 소유자가 재건축 후 전용 59㎡를 받으려면 3억6590만원, 전용 84㎡를 받으려면 6억477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용 31.98㎡가 지난 6월 6억8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전용 84㎡를 받기 위한 매입가격과 예상 분담금의 합계는 약 12억8500만원이다. 2020년 입주한 인근 포레나노원 전용 84㎡의 최근 거래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1기 신도시에서도 분담금 부담이 구체화하고 있다. 일산 후곡마을 3·4·10·15단지는 용적률 350%를 적용해 기존 2564가구를 4304가구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3.3㎡당 공사비 750만원과 일반분양가 3450만원 등을 가정한 분석에서는 전용 84㎡ 소유자가 같은 면적을 받으려면 약 2억8000만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업 막바지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10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서구 ‘힐스테이트 등촌역’ 조합은 지난 6월 관리처분계획 변경총회에서 총 162억원의 추가분담금을 의결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소유자가 재건축 후 같은 면적을 받을 때 내야 할 추정 분담금도 지난해 9월 2억3000만원에서 올해 5월 4억2000만원으로 늘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 완공 후 신축 가치가 기존 아파트 가격에 먼저 반영되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은 이후에도 계속 달라진다”며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뒤 높은 가격에 매입하면 분담금이 늘어날 때 기대 수익이 크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