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부다이 힐스 외경(사진출처 : 아자부다이 힐스 공식 홈페이지)도쿄타워가 보이는 일본 도쿄 한복판. ‘도심 속의 도심’으로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모리 JP타워’를 중심으로, 축구장 11개에 달하는 부지에 조성된 대형 복합개발단지 ‘아자부다이 힐스’입니다.
주거와 업무, 상업·문화시설을 한데 모은 이른바 ‘수직 도시’인데, 이곳의 냉난방에는 뜻밖의 에너지원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흘려보내는 생활하수입니다.
■ 하수도 열로 냉난방…"정부 규제 완화 덕"
아자부다이 힐스 아래를 지나는 공공 하수도에는 약 200m 구간에 걸쳐 열교환 설비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수의 온도는 외부 기온보다 변화 폭이 작습니다. 하수 온도는 대체로 연중 15~25℃ 안팎을 유지해, 한여름에는 바깥 공기보다 차갑고 한겨울에는 오히려 따뜻합니다.
이 온도 차에서 열을 회수한 뒤 히트펌프를 거쳐 단지 내 냉난방의 열원 일부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아자부다이 힐스는 일본 최초로 민간 사업자가 공공 하수도에 열교환기를 직접 설치해 냉난방에 활용한 사례입니다.
이런 시도가 가능해진 데는 일본 정부의 규제 완화가 있었습니다.
가나야 도시키 아자부다이 힐스 기술부 관계자는 “2015년 하수도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지방자치단체나 관공서만 공공 하수도에 시설을 설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민간사업자도 하수도에 열교환기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가스공사 평택 LNG 생산기지■ '냉기'도 에너지다…버리는 에너지만 '원전 1기'
흔히 ‘열’이라고 하면 뜨거운 온도를 떠올리지만, 극도로 낮은 온도, 이른바 ‘냉열’도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입니다.
대표적인 게 액화천연가스, LNG입니다.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운반하려면 섭씨 영하 162도까지 냉각해 액체로 만듭니다. 이때 부피는 기체 상태의 약 600분의 1로 줄어듭니다.
이렇게 운반된 LNG는 국내 터미널에 도착한 뒤 다시 기체로 바뀌어 도시가스나 발전용 연료 등으로 공급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LNG가 품고 있던 막대한 냉기가 함께 버려진다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한 해 도입하는 LNG는 약 4천600만 톤, 이 냉기만 잘 써도 원전 1기 발전량에 맞먹는 전력을 아낄 수 있는 건데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냉열을 또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보고 산업 현장에 활용해 왔습니다.
일본 LNG 냉열 활용 지역 및 분야■ 기체 액화·드라이아이스 생산부터 연어 양식까지
LNG 냉열 활용의 선도국 중 하나는 바로 일본입니다.
일본은 LNG 터미널을 건설할 때부터 인근에 냉열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시설을 함께 배치해 왔습니다.
이미 1970년대부터 LNG가 기화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냉열을 산업용 가스 제조에 활용했고, 지금은 LNG 터미널 주변에 발전소와 드라이아이스 제조시설은 물론 연어 양식장·두부 제조까지 활용 분야도 다양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LNG 냉열을 활용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에서는 LNG 냉열을 이용한 초저온 냉동·냉장 물류창고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처럼 LNG 터미널 주변에 여러 냉열 수요시설을 처음부터 집적해 대규모로 활용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카시와기 다카오 도쿄과학대 명예교수는 “냉열은 파이프로 운반할 수 있는 거리가 2km 정도에 불과하다”며 “LNG 탱크 바로 옆이나 인접한 곳에 냉열을 활용하는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LNG 터미널을 조성하는 단계부터 냉열 수요시설을 주변에 배치할 수 있도록 지구 단위의 계획을 함께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도쿄도 미나미마치다그랑베리 역■ 기차가 버리는 전기, 모아서 다시 쓴다
‘철도 왕국’ 일본. 열차가 만들어내는 에너지에 주목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루 약 4만 5천 명이 이용하는 일본 도쿄도 마치다시의 한 전철역.
스크린도어와 에스컬레이터, 역사 내 조명까지 곳곳에 전기가 필요합니다. 이 역에서 사용하는 전력만 160여 가구의 사용량과 맞먹습니다.
그런데 역사에 필요한 전력의 일부를 만들어내는 건 역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전동차입니다.
비결은 열차가 속도를 줄일 때 생기는 ‘회생전력’입니다.
회생전력 발전 개념 그래픽■ "회생전기 만들어도 혜택 등 유인 없어"
열차가 가속할 때는 전기를 공급받은 모터가 바퀴를 돌리지만, 감속할 때는 반대로 굴러가는 바퀴가 모터를 돌립니다. 이때 모터가 발전기 역할을 하면서 열차의 운동에너지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꿉니다. 바로 ‘회생제동’ 기술입니다.
다나카 다이스케 도큐전철 전기부 관계자는 “연간 약 245MWh의 절전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역사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대부분의 전동차에 회생제동 장치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만들어진 회생전력 가운데 상당량은 같은 전력망을 사용하는 주변 열차가 곧바로 소비하는 데 그치고, 남는 전력을 역사 시설 등에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본과 달리 회생전력을 받아 저장하거나 다른 용도로 공급하기 위한 설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용정 코레일 탄소중립추진단장은 “설비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데 대략 10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TX가 운행하는 일부 고속철도 구간에는 회생전력을 활용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지만, 회수한 전력을 전력망에 돌려보내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요금 감면 등 경제적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열차에서 전기를 다시 만들어낼 기술은 이미 갖췄지만, 이를 받아 쓰는 시설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선로 위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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