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방 등 4대 분야 집중 투입
12.5조 신규 국채발행 감소에 써
“비상금 오해… 외부 견제장치 필요”
내년 정부의 재정운용 측면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이다. 올해(본예산)보다 200조원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수를 내년에 다 쓰지 않고,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해 재정 저수지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재원을 청년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입하고, 세수결손 등 정책적 필요시 기금을 통해 재정여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기금 지출액의 30%를 자체적으로 증액 가능한 만큼 정부 재량이 과도하게 커져 국회의 재정통제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내년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은 162조3000억원의 ‘추가세수’를 주요 재원으로 한다. 추가세수란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선(2015~2025년 6.2%)을 웃돌아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는 내국세를 말한다. 여기에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절감되는 재원도 향후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에 별도 적립된다. 아울러 조만간 올해 세수를 재추계하는 데 당초 예상보다 증가한 세수인 ‘초과세수’도 미래대응기금 수입원으로 잡힌다. 적립액 총액이 2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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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왼쪽). 연합뉴스 |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 발행할 국채 신규물량도 미래대응기금 재원을 활용해 12조5000억원 축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남겨둔다. 박창환 기획처 예산총괄심의관은 “104조4000억원을 기금 여유재원으로 적립하지 않고 일반회계로 갔으면 지출증가율이 27%가 넘는다. 중기적 총량 관리에서 엄청난 후폭풍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미래대응기금 여유재원으로 국가채무부터 줄여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정부는 국채 시장 안정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 심의관은 “내년 국고채 발행 총물량이 222조8000억원인데 이게 100조원대로 내려가게 되면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된다”면서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내년) 신규 국채 발행 물량을 축소했는데, 그냥 선정된 것이 아니고 올해 발행했던 신규 국채 발행 물량 107조원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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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8월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브리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특히 세수결손 시에는 30% 한도 제한을 받지 않고 추경 없이 정부 자체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세수결손 시 추경을 통해 국회에서 세입 수준을 다시 추정해 각 사업의 감축 여부를 따지는 절차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정부 재정에 대한 국회의 재정 통제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일시적 추가세수를 재원으로 삼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미래대응기금은 사실상 정부가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비상금’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며 “일반적인 예산 심의와 같은 과정을 거치진 않더라도 기금의 규모에 걸맞은 외부 견제장치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