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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 긴축한다고 채권 ‘도미노 헐값’ 멈추나요 [트럼프 스톡커]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308>
美국채 금리, 중동發 국제유가 급등에 뜀박질
물가 우려 확산...10년물,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30년물도 고점 근접...연준 9월 인상 확률 68%
일본·유럽도 재정 우려에 채권 값 전방위 급락
AI 투자, 주담대 연쇄 충격...베선트는 딴청만
에린 브라운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브라운 차관은 올 4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합류 전까지 글로벌 자산운용사 핌코에서 펀드매니저로 재직했다. 브라운 차관은 1일(현지 시간) 일본 NHK 인터뷰에서 스콧 베선트 에린 브라운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브라운 차관은 올 4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합류 전까지 글로벌 자산운용사 핌코에서 펀드매니저로 재직했다. 브라운 차관은 1일(현지 시간) 일본 NHK 인터뷰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과 31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을 연속으로 만나 금리 인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핌코중동 지역 군사 충돌 재개와 국제유가 급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확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상승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미국을 비롯한 각국 채권에 대한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일본과 유럽 국채의 금리 수치는 이미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 경제위기나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치솟았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엔·달러 외환시장 개입,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 확대, 일본은행(BOJ) 금리 인상 시사 등으로 채권 금리를 억제하려 했지만 별다른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해 천문학적인 회사채를 발행한 글로벌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를 비롯해 일반 회사, 가계 등도 이자 부담을 크게 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 위축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자칫 소비 둔화와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미국 국채 금리, 중동發 인플레 우려에 장·단기 막론하고 급등...연준, 이달 인상 확률 6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1일(현지 시간)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추종 지표(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4.7980%까지 올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직전인 지난해 1월 14일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3890%로 솟구쳤고,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준거가 되는 30년물 금리도 각각 5.286%까지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점에 근접했다. 월가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보는 10년물 4.5%, 30년물 5.0% 수준을 이미 한참 넘었다.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채권 가격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특히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5.0%를 웃돈 날은 올 들어 이날까지 56일로, 2006년 이후 최장기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채권 금리가 치솟은 탓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7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71%), 나스닥종합지수(-1.03%) 등 뉴욕 증시 주요 지수도 모두 하락했다. 한국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14% 내림세를 보였다.

이날 채권 금리가 재차 급등한 것은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무력 공방을 이어가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한 여파로 풀이된다. 국제유가가 인플레이션 문제가 당분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근심을 자극한 것이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4.60% 오른 배럴당 94.65달러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5.20% 오른 배럴당 90.22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7월 24일, WTI는 7월 23일 이후 최고치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란 이란혁명수비대(IRGC) 표적을 겨냥한 공습을 이틀 만에 재개했다고 밝혔다. 호세인 모헤비 이란혁명수비대 대변인도 같은 날 X(옛 트위터)를 통해 “침략자들에게는 가혹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은 자신들의 새로운 공격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사령부도 성명을 통해 “적에게 무거운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며 “시스탄 발루치스탄주와 호르모즈간주에 대한 공습을 가한 비겁하고 사악한 미국 적에게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여기에 케빈 워시 의장이 지난달 28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연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 조연설에서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점도 채권시장에 계속 영향을 줬다. 연준이 금리를 그냥 둘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아니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이 점점 굳어지는 모양새다. 워시 의장은 당시 “기저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다음달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잭슨홀미팅 직전인 27일 64.6%에서 31.8%까지 낮췄다. 반대로 인상할 확률은 35.4%에서 68.2%까지 올라갔다. 연준이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확률도 25.9%에서 8.9%로 낮아졌고, 인상할 가능성은 74.1%에서 91.1%로 상승했다.

미국 노동부가 1일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도 7월 미국의 구인 건수가 727만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보다 8만 9000건 늘어난 수치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도 부합했다. 이는 물가가 들썩이는 와중에도 노동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신호로 해석됐다.

채권 가격 약세의 배경에는 AI 투자 경쟁에 따라 시중에 회사채가 너무 풀렸다는 점도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올 상반기에 찍은 회사채 규모만 이미 1590억 달러(약 224조 원)에 이른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6월 10일 글로벌 빅테크들의 올해 총 회사채 발행 규모가 5700억 달러(약 8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유럽 등도 재정 우려에 채권 가격 전방위 급락...베선트는 “혼란 없다” 딴청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AP연합뉴스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AP연합뉴스더 큰 문제는 현 채권 매도세가 미국 시장에만 국한돼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 사상 처음 40조 달러를 넘어선 미국 연방정부뿐 아니라 다른 주요국들의 국채도 재정 위기 속에 점점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 1일 일본 국채 시장에서도 10년물 금리가 장중 3%까지 올라 1996년 10월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대규모 정부 지출 계획에 대한 우려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맞물린 결과였다. 실제 일본 정부의 내년(2027년 4월∼2028년 3월) 예산 요구액은 143조 엔(약 1224조 3000억 원) 규모로 4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영국에서도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장중 5.919%까지 오르며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 만기 금리는 5.224%로 2008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장중 3.339%까지 올라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글로벌 국채 금리가 너나 없이 오르자 기업 투자와 가계 대출, 정부 재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장기채 금리까지 뛰면서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담대 금리가 한층 더 오를 여지가 생겼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사안이다. 회사채 물량은 쏟아지는데 실질 금리까지 폭등하면 AI 투자 거품이 꺼질 수도 있다. 가계에 대출 부담이 늘면 소비 여력도 자연히 줄게 된다. 정부에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재정 악화로 국가 신용도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일본에 엔화 강세 조치를 압박하며 눈길을 외부로 돌렸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3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 기간 CNBC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강세로 이어질 뭔가를 할 것으로 믿는다”며 일본이 오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1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이 지난달 30일에도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만나 “엔화의 상당한 저평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의 단호한 통화정책 조치를 강력한 지지한다”고 압박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어 “엔화 약세가 일본 국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를 안정시키고, 과도한 환율 변동성을 피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건전하게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월 31일 미국과 일본이 동시에 엔화 매수에 나섰음에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0엔을 오가자 추가 정책을 요구한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27일 재무부가 엔화 매수에 나서면서 환율안정기금(ESF)을 활용한 근거 등을 요구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고 “엔화 시장이 무질서해지면 궁극적으로 미국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며 해당 조치가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억제에 있음을 드러내놓고 인정하기도 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30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는 “채권시장 혼란이 어디에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미국 채권시장은 세계 주요 가운데 가장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베선트 장관은 1일에도 폭스비즈니스와의 대담에서 미국 국채와 관련해 “우리가 어떤 종류의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재차 주장했다.

글로벌 채권 가격의 전방위 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인플레이션 지속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동 전쟁이 종결되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새 시장 안정화 대책을 꺼내더라도 효력이 크지 않을 공산이 크다. 심지어 이달 일본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기대조차 베선트 장관의 이른 발언으로 현 시장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간선거 때까지 인위적으로 시중 금리를 낮출 카드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만약 미국 연준까지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전격 인상할 경우 채권 금리의 수준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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