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에 빌려준 돈 가운데 돌려받기 어려워진 대출이 19조원에 육박했다. 2018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은행들은 올해 2분기에만 6조원 넘는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털어냈지만, 새로 부실해진 대출이 7조원을 넘으면서 전체 부실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뉴스1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은 18조9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조2000억원 증가했다. 2018년 6월 말 19조4000억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다. 은행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0.60%에서 0.63%로 올라 2020년 말 이후 가장 높았다. 부실채권은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나빠져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분류된 대출이다. 전체 부실채권 가운데 기업 대출이 15조2000억원으로 80%를 넘었다. 가계 대출은 3조4000억원, 신용카드 채권은 3000억원이었다.
◇부실채권 늘었는데 ‘방파제’는 낮아져
지난 6월 말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9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2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부실채권이 1조2000억원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50.4%에서 142.9%로 7.5%포인트 떨어졌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부실채권과 비교해 은행이 예상 손실에 대비한 돈을 얼마나 쌓아뒀는지를 보여준다. 적립률이 142.9%라면 부실채권 100원당 충당금 142.9원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기간을 넓혀 보면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은 2024년 말 15조원에서 올해 6월 말 18조9000억원으로 1년 반 만에 3조9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충당금은 28조1000억원에서 26조9000억원으로 1조2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충당금 적립률은 2024년 말 187.0%에서 지난해 말 160.3%, 올해 3월 말 150.4%, 6월 말 142.9%로 내려갔다.
은행별 차이도 컸다. 각 은행 경영 실적 자료를 보면 하나은행의 부실 채권 비율은 지난해 6월 말 0.35%에서 올해 6월 말 0.48%로 올라 5대 은행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도 0.32%에서 0.39%로 상승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0.35%에서 0.28%로 낮아졌다.
충당금 적립률은 하나은행이 138.7%에서 100.4%, 우리은행이 179.9%에서 132.9%로 떨어졌다. KB국민은행은 189.1%에서 197.3%로 높아졌다. 다만 금감원은 현재 적립률이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높고 은행권의 수익성과 자본 여력도 충분해 전반적인 건전성은 아직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6조1000억원 치웠지만 신규 부실은 7조2000억원
은행들이 부실 채권 정리를 늘렸지만 새로 발생하는 부실의 속도는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은행이 정리한 부실 채권은 6조1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1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다른 기관 등에 매각한 부실 채권이 2조5000억원이었다. 회수가 어렵다고 보고 손실로 처리한 대손상각은 1조4000억원, 담보 처분을 통해 회수한 대출은 1조2000억원이었다.
그러나 2분기 새로 발생한 부실 채권은 7조2000억원으로 정리한 금액을 웃돌았다. 신규 부실은 1분기보다 1조7000억원, 지난해 2분기보다 8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기업 대출 신규 부실은 1분기 4조1000억원에서 2분기 5조70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1조6000억원 늘었다. 전체 신규 부실의 약 80%다. 중소기업 신규 부실은 3조3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 대기업은 8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 대출 부실 채권 비율은 0.74%에서 0.77%로 올랐다. 중소기업은 0.88%에서 0.92%, 대기업은 0.50%에서 0.53%로 각각 상승했다. 개인 사업자 대출 부실 채권 비율도 0.67%로 1년 전보다 0.08%포인트 높아졌다. 가계 대출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0.22%로 변동이 없었지만, 신용대출 등은 0.66%에서 0.67%로 올랐다.
금감원은 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부실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부실 채권을 적극적으로 팔거나 손실로 처리하고, 충당금도 충분히 쌓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