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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영 논란에 대한 초등학생 아이들의 흥미로운 대답

"알고 난 다음이 더 중요하다"는 아이들... 잘못하면 나락 가는 모습만 보고 배우지 않았으면【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교습소 아이들(초등학교 6학년)에게 최근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을 가지고 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아이들과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 곧바로 "누가 옳은가"를 묻는 편은 아니다. 그렇게 시작하면 생각보다 토론이 빨리 끝난다. 그래서 조금씩 난도를 높이는 계단식 질문을 던졌다.

"증조부가 친일 행위를 했다면, 증손녀도 욕을 먹어야 할까?"

아이들은 대체로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가지고 후손까지 욕을 먹는 것은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계단 더 올라갔다.

"역사의 잘못을 기억하고 책임을 묻는 것과 그 후손을 미워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아이들은 잘못한 사람의 행위는 제대로 밝혀야 하지만,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사람처럼 취급하면 안 된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조상이 큰 잘못으로 얻은 돈과 땅을 후손이 지금도 누리고 있다면요? 그래도 '나는 한 일이 없으니 상관없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아이들이 잠시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그래도 후손이 직접 친일을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른 아이는 잘못으로 얻은 이익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고만 할 수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바로 이런 복잡함을 만나고 싶었다.

친일의 역사적 책임을 가볍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친일 행위는 정확하게 밝혀야 하고, 부당하게 형성된 재산이 있다면 법과 제도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다만 그 책임을 후손 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고 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본다.

물론 하영 배우가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위치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가족사를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며 증조부를 언급했고, 논란이 불거진 뒤 소속사는 처음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가 나중에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입장을 바꾸고 사과했다. 이때 무엇을 비판해야 할까. 증조부의 행적, 그것을 모르고 이야기한 태도,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초기 대응은 각각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자기 조상의 잘못을 모르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다가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됐다면, 그다음에는 어떤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할까?" 아이들은 "알고 난 다음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제대로 확인하고, 사실이라면 인정하고, 잘못 말한 것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들의 대답을 듣다 보니 흥미로웠다. 누구에게도 무조건 무죄를 주지 않았고, 그렇다고 한 사람을 통째로 유죄로 만들지도 않았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하나씩 나누어서 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원래 이렇게 귀찮고 복잡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잘못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그 사람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일까?" 아이들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도 있을까?"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한 아이가 중요한 조건을 붙였다. 정말 잘못을 인정했는지 검증해야 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졌는지도 확인해야 하며, 이후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면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대답이 꽤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이 말한 것은 "그냥 용서해주자"가 아니었다.

잘못은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만큼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책임을 다했는지 확인한 뒤에는 다시 기회를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너희에게 누군가를 무조건 용서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야. 오히려 잘못한 것은 정확하게 봤으면 좋겠어. 다만 그 사람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와 그 사람 전체를 같은 것으로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아이들은 '나락'이라는 말을 무척 자연스럽게 쓴다. 누군가 크게 잘못하면 "나락 갔다"고 한다. 대부분 농담처럼 쓰는 말이겠지만, 나는 가끔 그 말의 뜻을 오래 생각하게 된다. 잘못하면 책임을 지는 사회와, 잘못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떨어진다고 배우는 사회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수업을 마치고 문득 영화 <오디세이>에서 반복되던 '제우스의 법'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낯선 이를 내가 대접받고 싶은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된다. 잘못을 정확하게 묻되, 타인의 추락 그 자체를 즐기지는 않는 것. 바라건대, 나락이 점점 '락(樂)'이 되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한다.

▲ 나락이 락이 되는 사회가 아니길 바라건대, 나락이 점점 ‘락(樂)’이 되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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