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방향엔 공감…“시차·환전 고려한 로드맵 필요”
금융투자협회가 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결제주기 단축(T+1일),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다’를 주제로 심층 토론회를 개최했다.국내 증권시장의 결제주기를 하루 단축하는 ‘T+1’ 전환을 놓고 국내외 투자자 모두 자금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한국 시장이 글로벌 증시보다 먼저 열리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결제 시간이 촉박해질 수 있고, 거래소부터 증권사·수탁은행까지 시장 참여자가 동시에 시스템과 업무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투자협회는 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결제주기 단축(T+1일),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다’를 주제로 심층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개인투자자와 자본시장연구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사, 외국계 보관은행 관계자 등이 참석해 T+1 전환의 기대효과와 선결 과제를 논의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거래가 체결된 날로부터 2영업일 뒤 주식과 대금을 교환하는 T+2 방식을 적용한다.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주문을 내면 거래소의 청산·차감과 예탁결제원의 증권·대금 결제를 거쳐 거래가 최종 완료된다.
박상현 NH투자증권 차장은 “투자자가 주문하면 증권사는 투자자를 대신해 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과 결제 절차를 진행한다”며 “청산과 차감은 증권사들이 서로 줄 돈과 받을 돈을 상계해 실제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 결제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T+1이 도입되면 투자자는 주식을 매도한 다음 영업일에 대금을 인출하거나 다른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거래 체결부터 결제까지 발생할 수 있는 가격 변동과 결제 불이행 위험이 줄고, 증권사와 결제기관의 증거금·청산기금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매도대금만 하루 일찍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주식 매수대금도 하루 먼저 결제해야 한다. 미수거래를 이용하는 투자자는 미수금 발생과 반대매매 시점이 함께 앞당겨질 수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가 별도로 시스템을 준비하거나 거래 방식을 크게 바꿀 필요는 없지만 돈이 움직이는 시점이 빨라진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며 “미수 발생 시점과 반대매매 시행일이 달라지는 것이 개인투자자가 가장 크게 체감할 변화”라고 말했다.
배당 투자 일정도 확인해야 한다. 결제주기가 단축된다고 배당기준일이 자동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제도 개편에 따라 배당을 받기 위해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마지막 거래일과 배당락일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연구위원은 “배당기준일과 같은 권리관계는 결제주기 단축만으로 자동 변경되는 것이 아니어서 별도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투자자는 언제까지 주식을 사야 배당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시차와 환전 문제는 T+1 전환의 주요 과제로 꼽혔다. 해외 기관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거래한 뒤 매매 확인과 승인, 외환 거래, 자금 조달 등의 절차를 거친다. 결제주기가 하루 줄면 이 모든 업무를 더욱 짧은 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 한국 시장이 글로벌 주요 시장 가운데 이른 시간에 개장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박대만 금융투자협회 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도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는 결제주기 단축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T+1이라는 방향에 반대하기보다 어떤 방식과 일정으로 추진할지,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지를 명확하게 알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극동아시아에 있어 글로벌 시장 가운데 가장 먼저 거래를 시작하는 특성이 있다”며 “해외 기관투자자는 현재 T+2 환경에서도 결제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절차가 하루 앞당겨질 경우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제주기 단축은 증권사 전산 시스템만 고쳐서는 시행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을 비롯해 한국은행, 증권금융, 증권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수탁은행 등이 시스템과 업무 관행을 동시에 바꿔야 한다.
최훈 한국거래소 부장은 “결제주기 단축은 증권사뿐 아니라 거래소와 예탁결제원, 한국은행 등 금융 인프라와 자산운용사, 연기금, 외국인 투자자까지 기존 관행을 함께 바꿔야 하는 작업”이라며 “조기 이행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개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택 한국예탁결제원 부장은 “세계 8위 수준인 국내 증권시장의 결제주기 변경은 전 세계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작업”이라며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 협의와 테스트를 충분히 진행하고, 시행 당일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방안도 사전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