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북한과 러시아 군사·경제 밀착 강화할 두만강 자동차 전용 다리 개통

北, 감시 사각지대 활용해 러시아로 포탄·노동자 보낼 전망

두만강 자동차 전용 다리는 현 두만강 철교에서 하류 쪽으로 415m 아래 지점에 있다. 교량 본체는 길이 850m, 폭 7m의 왕복 2차로다. 위성사진에서 위쪽은 두만강 철교, 아래쪽이 두만강 자동차 다리다. 뉴스1 두만강 자동차 전용 다리는 현 두만강 철교에서 하류 쪽으로 415m 아래 지점에 있다. 교량 본체는 길이 850m, 폭 7m의 왕복 2차로다. 위성사진에서 위쪽은 두만강 철교, 아래쪽이 두만강 자동차 다리다. 뉴스1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인 두만강에 67년 만에 두 번째 다리가 개통된다. 두만강 자동차 전용 다리는 2024년 6월 평양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 체결에 따라 지난해 4월 착공됐다. 양국 관리들은 4월 21일 교량 연결 행사를 가졌다. 당초 올해6월 19일 개통을 목표로 했지만 러시아의 출입국 통관시설 공사가 늦어져 개통이 연기됐다.

9월 초 마침내 완공된 교량 건설에는 철골 구조물 5000t과 콘크리트 9000㎥가 투입됐다. 그간 북·러 간 육로 연결 시설은 1959년 8월 개통한 열차 전용 두만강 철교(조·러 우정의 다리)가 유일했다. 북한의 라선(나진과 선봉)특별시와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길이 549m, 폭 23m인 이 철교는 물자 이동 시 환적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철도에 북한은 1435㎜ 표준궤, 러시아는 1520㎜ 광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두만강 전체 521㎞ 가운데 504㎞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이다. 북한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구역은 17㎞뿐이다. 두만강 자동차 전용 다리는 현 두만강 철교에서 하류 쪽으로 415m 아래 지점에 있다. 교량 본체는 길이 850m, 폭 7m인 왕복 2차로다. 양쪽 진입도로를 포함한 전체 연결 구간은 4.7㎞로, 이 교량을 통해 양국 승용차와 버스, 화물트럭 등 하루 최대 차량 300대와 인원 2850명이 오갈 수 있다.

위성 추적 피하는 북·러 군사 물류 통로두만강 자동차 전용 다리는 앞으로 북·러의 ‘경제·군사 회랑’이 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미국과 한국 등 정보기관들이 북·러 간 군사물자 이동을 추적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의 정보기관두만강 철교, 북한과 러시아의 철도시설 및 북한 나진항 등을 촬영해온 위성사진을 비교해 양국 간 군수물자 등 화물 이동을 추적했다. 철도 운송은 포착이 상대적으로 쉽다. 열차가 화물을 싣거나 내리려고 일정 시간 같은 장소에 머무르는 데다, 화차 형태와 배열, 적재 방식도 위성사진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면 화물트럭은 외관이 대체로 비슷해 내부에 무엇이 실렸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철도보다 훨씬 촘촘한 도로망을 이용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질 수 있고, 고정된 화물역이 아닌 창고나 군부대 등 다양한 장소에서 물품을 싣고 내릴 수도 있다. 상하차 시간도 열차보다 짧다. 인공위성이 국경과 주요 화물역을 촬영하는 시간대를 피해 물자를 옮기거나 국경을 통과한 뒤 소규모 차량으로 화물을 다시 나눠 싣는 방식도 가능하다. 게다가 철도 궤도 차이에 따른 물류 제약도 줄어든다.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트루스하운스는 “새 교량이 북·러 간 병력과 기술을 신속하고 은밀하게 옮기는 군사 물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루스하운스는 “트럭을 이용하면 눈에 띄는 화물열차를 편성하지 않아도 특정 화물을 빠르고 유연하게 옮길 수 있다”며 “새 교량이 북한군 병력과 건설부대 등을 러시아로 이동시키고, 반대 방향으로 러시아의 기술과 자원을 보내는 직접적인 동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7월 19일(이하 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회담 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7월 19일(이하 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회담 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병력 보내고 정유 기술 받는 북한우크라이나 군사정보총국(HUR)은 북한이 현재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포탄의 25~40%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포탄은 152㎜ 단일 포탄으로 환산할 경우 1500만 발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HUR은 또 북한이 2023년 6월 이후 러시아에 KN-23(화성-11가형)과 KN-24(화성-11나형) 탄도미사일 최소 150발을 넘겼으며 추가로 120발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북한은 두만강 자동차 전용 다리 개통 이후 러시아에 더 많은 무기와 군수물자 등을 공급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2024년 10월부터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자 쿠르스크 지역에 병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첫 파병 규모는 1만 명으로 추산됐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러시아에 투입됐거나 병력 교대를 거친 북한군의 누적 규모를 2만500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딤 스키비츠키 HUR 부국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최대 5만 명의 병력을 추가로 요청했다면서 조만간 양국 지도자가 추가 파병 계획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가 북한군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서부 쿠르스크, 브랸스크, 벨고로드 등 3개 주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북한군은 두만강 자동차 전용 다리를 이용해 11월까지 러시아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만강 자동차 전용 다리는 또 북한의 노동자 파견, 러시아의 에너지와 식량 지원 등 양국의 경제협력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7월 18일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에너지·경제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합의 사항은 러시아가 북한에 정유공장 신설과 석유제품 생산 능력 확대를 지원하고 생산된 연료를 공급받는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정유시설 등이 대거 파괴돼 휘발유와 디젤 등 석유제품들을 생산하지 못해 심각한 연료난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북한에 원유를 수출하고 정제 기술을 지원해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조달받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라선시에 있는 승리화학공장에서 석유제품을 연간 최대 80만t을 생산해 이 중 상당한 규모를 제공하기로 했다. 승리화학공장의 원유 처리 능력은 연간 200만t으로 추정되지만 1990년대 초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북한에 원유뿐 아니라 이 공장 재가동에 필요한 각종 설비 등을 제공해야 한다. 북한은 현재 사실상 유일한 정유시설인 봉화화학공장(신의주 인근)에서 중국산 원유를 정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북한에 항공유와 디젤을 연간 최대 30만t 생산하는 정유공장 건설을 지원할 방침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397호는 산업기계의 대북 이전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러시아가 북한에 원유를 공급할 경우에는 연간 400만 배럴 또는 52만5000t 상한과 90일 단위 보고 의무도 적용된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예외적인 승인을 받지 않고서는 정유 설비 반입과 합작 사업을 할 수 없다.

지난해 4월 북한 라선특별시에서 열린 두만강 자동차 전용 다리 착공식. 뉴스1 지난해 4월 북한 라선특별시에서 열린 두만강 자동차 전용 다리 착공식. 뉴스1
라산-블라디보스토크 이어 극동 중심지로러시아는 또 북한으로부터 최대 1만4000명에 달하는 인력을 받아 극동 지역 경제특구에서 군사용품과 이중용도 물자 생산에 투입할 계획이다. 러시아와 북한의 계획은 유엔 안보리 제재 조치를 위반하는 것이다. 안보리 결의 2375호는 북한 기관·개인과의 신규 합작 사업과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취업 허가를 금지하고, 2397호는 해외에서 소득을 얻는 북한 노동자를 송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는 안보리 제재를 무시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노동자를 대규모로 러시아에 파견해왔다. 러시아는 유학 비자를 편법 발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북한 노동자를 수용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해 북한 국민에게 3만6000건 유학 비자를 발급했다. 특히 러시아 극동 지역은 극심한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극동 지역 개발을 위해 인구를 늘리려 노력해왔지만, 낙후한 산업과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이 지역 젊은 층 상당수가 징집되면서 노동력 부족이 더욱 심화했다. 러시아 극동 지역은 전체 국토의 40.6%를 차지하지만, 거주 인구가 적은 탓에 인구 비중은 5.4%(약 780만 명)로 가장 낮다.

북한군은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뉴스1 북한군은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뉴스1
러시아는 그동안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해 극동 지역 개발을 적극 추진해왔다. 푸틴 대통령이 매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EEF)을 개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도 9월 1일부터 4일까지 열린 EEF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연설까지 했다.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등 기존 경제특구를 일원화하는 ‘통합선도개발구역’ 조성 관련 법안을 올가을 국가두마(하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특히 러시아 정부는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리모르스키 크라이(연해주)의 하산을 집중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산은 북·러 국경의 관문이지만 배후에는 러시아 극동 최대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와 연해주의 산업·교통망이 있다. 두만강을 넘은 차량과 화물이 하산에서 러시아 도로·철도망과 연결되면 북·러 경제협력의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연해주 전체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라선시는 이 과정에서 북한의 변방 도시가 아니라 러시아 극동과 직접 맞닿은 대외경제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