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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문 처벌 원해” 조현준 회장 법정 증언에서 드러난 ‘효성 형제의 난’

13년 만에 조현문 강요미수 재판에서 형제 첫 조우… 조현준 “각자 갈 길 가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뉴스1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뉴스1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고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지 알아달라.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제발 각자 갈 길을 가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달 21과 28일 동생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 사건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법정 증언한 내용이다. 조 회장은 “모친 송광자 여사가 동생으로부터 ‘독사’라는 표현까지 들은 후 지금도 밤잠을 설치고 가슴을 졸이며 지내고 계신다”며 “이를 지켜보는 장남으로서 참으로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동생의 처벌을 원하는 것인지 묻는 검사 신문에 “네”라고 답하면서 처벌 의지를 밝혔다.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효성 형제의 난’ 이후 13년 만에 법정에서 처음 만났다. 두 차례 공판에서 두 사람은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80여 건 민형사 소송으로 막대한 피해”형제간 갈등은 조 전 부사장이 2013년 회사를 떠나고 2014년 조 회장 등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조 회장도 반격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이 보도자료 배포를 강요하고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고가에 매입하지 않으면 각종 비리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했다”면서 2017년 맞고소한 것이다. 검찰은 관련 혐의가 있다고 보고 2022년 조 전 부사장을 강요미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현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성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중이다.

조 회장은 법정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고소는 아버지 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할 수밖에 없는 고소였다”며 “아버지가 ‘이것밖에는 조 전 부사장을 뉘우치게 할 방법이 없다’고 하시며 피 토하는 심정으로 선택한 소송”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제기한 민형사 소송 80여 건을 상기하면서 “고소만능주의에 빠져 회사와 100명 넘는 임직원을 재판받게 만드는 일이 그만 됐으면 좋겠다. 제발 각자 갈 길을 가자”고 호소했다.

조 회장은 “(13년간 분쟁을 거치며) 나의 잘못도 충분히 이해했고 회사의 잘못도 충분히 고쳤으니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면서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명심해 더는 우리를 고소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재판이 생기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에게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있으신지 여쭤봤는데, 절대로 없다고 하셨다. 이 방법밖에 없다고 하셨다”며 유지를 받들어 동생이 처벌받게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강압적으로 보도자료 배포 요구”이번 공판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 쟁점 가운데 하나는 조 전 부사장이 2013년 효성을 떠나면서 조 회장에게 특정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강요했는지 여부였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 성립한다. 조 회장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당시 공모관계에 있던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등을 회사로 보내 “조 전 부사장이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조 회장은 법정에서 “그 내용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중공업 부문이 거의 망가진 건 조 전 부사장이 있었을 때”라며 “강압적 요구가 아니라면 우리가 낼 수 없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또 조 회장은 “당시 박 대표 등이 해당 보도자료를 ‘오후 3시’에 배포하라고 요구했다”며 “조 전 부사장이 골드만삭스와 주식 블록딜을 약정한 상태에서 보도자료가 장중에 배포되면 주가가 하락해 매각 대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사임을 공식화하고 회사·가족과 결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는 조 전 부사장 측이 조 회장과 어머니 등을 압박하고자 박수환 전 대표 등의 도움을 받아 사전 대본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미공개 문건(파일명 ‘토킹 포인트 초안’)내용이 공개됐다. 해당 문건에는 “이번 미팅의 타깃은 모친을 제압하는 것” “모친 입장에서 가장 타격이 크도록 충격적인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으로 테마를 잡음” 같은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어머니를 향해 “당신은 귀신에 쓰인 사이비, 세상에서 가장 표독한 독사고, 가장 슬픈 사실은 사악한 독사의 뱃속을 통해 내가 세상에 나왔다는 것” “조현준이 감옥에서 미쳐 죽어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한 표현도 있다.

그런데 문건에 담긴 이 내용들이 이후 고 조석래 명예회장과 어머니에 대한 조 전 부사장의 언행에서 실제로 나타났다고 조 회장은 법정에서 증언했다. 조 회장은 “2015년 3월 조 전 부사장이 조 명예회장 자택을 방문해 응접실 문을 잠그고 비서들은 못 들어오게 한 뒤 ‘아버지, 어머니가 아니라 조석래, 송광자로 부르겠다’ ‘독사 같은 어머니(송 여사) 몸속에서 태어난 것이 후회스럽다’ ‘(형을) 지옥에 떨어뜨려서 지옥 끝까지,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게 하겠다’는 패륜적 언사를 했다”며 “당시 부모님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으셨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그동안 여러 소송과 관련해 “효성 내부 문제와 가족의 불법행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별 과정”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11월 27일 오후 2시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조 전 부사장 측의 위법수집증거 주장과 증거 채택 여부를 정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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