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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세계 10위표’ 지운 한은…“순위가 건전성은 아냐”

금값·시장개입 따라 순위 출렁…“펀더멘털과 괴리된 해석 빈번”

금융위기 때보다 순위 낮지만 대외건전성은 개선…IMF도 “충격 대응 충분”

순위 재하락 앞둔 선제 대응 의혹에…“7월에도 세계 10위 유지”

경제 규모·대외포지션 빠진 단순 비교…한은 “분석적 가치 미미”

외환보유액 순위 대신 단기외채 등 ‘실질 방어력’ 강조

“불리한 통계 감추기 아니다”…IMF·각국 중앙은행에서 확인 가능

순위표는 사라지지만 논란은 남아…대체 건전성 지표 제시가 관건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를 삭제했다. 사진=조세일보 DB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를 삭제했다. 사진=조세일보 DB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를 삭제했다. 국가별 경제 규모와 대외채무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순위가 실제 외환건전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금 가격과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따라 순위가 빈번하게 바뀌면서 국내 대외건전성까지 악화하거나 개선된 것처럼 해석되는 상황에도 제동을 걸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향후 순위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을 피하기 위해 한은이 선제적으로 순위표를 없앤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자료는 이미 공개돼 있고 2026년 7월말에도 한국의 순위는 세계 10위로 직전월과 같았다"며 정보 은폐 의혹에 선을 그었다.

한은은 "순위 높다고 외환위기 대응력 강한 것 아니다"라며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의 분석적 가치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의 절대 규모만 나열할 뿐 국가별 경제 규모와 대외포지션의 차이를 전혀 통제하지 않은 통계라는 이유에서다.

외환보유액의 핵심 기능은 외화유동성 경색과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이를 흡수하는 '방파제' 역할이다. 그러나 단순 순위만으로는 한 국가가 보유한 외환이 단기외채 상환이나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에 충분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상당폭 낮아졌지만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을 비롯한 대외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크게 개선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6년 7월 대외부문 평가보고서(ESR)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을 "발생 가능한 광범위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순위보다 외환보유액의 실질적인 방어 능력을 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환보유액 절대액이 많더라도 단기외채나 자본 유출 위험이 크면 충격 대응력이 약할 수 있고 순위가 낮더라도 대외채무 구조가 건전하면 외환 안전판은 충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는 금 가격 급등락으로 외환보유액 순위가 자주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각국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 개입 기조와 자산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금과 같은 특정 자산의 시가가 크게 움직이면 해당 국가의 대외여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도 평가액과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한은은 올해 들어 금 가격 변동 등의 영향으로 국가별 순위가 자주 바뀌면서 일시적인 순위 상승이나 하락이 한국의 외환건전성 변화와 연결돼 해석되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판단했다. 국내 대외부문의 기초체력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도 순위 변동만으로 외환시장 방어력이 강화되거나 약화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왜 지금 삭제했느냐'는 데 있다. 향후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정적인 보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순위가 비공개 정보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했다. 통계 이용자가 IMF 통계 데이터베이스와 각국 중앙은행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내려받아 직접 순위를 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외환당국에 불리한 정보를 감추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 2026년 7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10위로 직전월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한은은 순위 하락이 현실화하기 전에 표를 삭제했다는 해석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국가별 외환보유액은 IMF의 '외환보유액 및 외화유동성 통계(IRFCL)'에서 대부분 확인해야 할 전망이다. IMF 통계에 잡히지 않거나 보고가 늦어지는 일부 국가는 해당국 중앙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순위표 삭제로 한은의 보도자료에서 국가별 비교의 편의성은 낮아지게 됐다. 이에 따라 단순 순위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단기외채 비율과 외환보유액의 충격 대응 능력 등 실질적인 대외건전성 지표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은의 이번 결정은 외환보유액을 '세계 몇 위인가'가 아니라 '실제 위기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로 평가해달라는 메시지다. 다만 익숙한 순위표를 없앤 시점이 미묘한 만큼 불필요한 의혹을 차단하려면 외환당국이 순위를 대체할 수 있는 보다 입체적이고 일관된 지표를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자료=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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