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 사옥. /사진 제공=메리츠증권 만기가 길어 영구채로도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대신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효과와 그에 따른 대가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8조34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18.3%(1조2886억원) 증가했다.
자기자본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삼성증권도 추월했다. 지난해 말만 해도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5353억원으로 삼성증권(7조6445억원)에 이어 5위였지만, 올해 3월 말 7조7926억원으로 삼성증권(7조7017억원)을 909억원 앞서며 4위로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 말에는 삼성증권(8조1566억원)과의 격차가 1929억원으로 벌어지며 4위 자리를 굳혔다.
증가분의 절반 이상은 신종자본증권에서 나왔다. 메리츠증권의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1조987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6518억원으로 6646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자기자본 증가액(1조2886억원)의 51.6%에 해당한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올해 상반기에 몰렸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2월 12회차 970억원을 시작으로 3월 13회차 2000억원, 6월 14회차 3680억원 등 권면 기준 총 6650억원을 발행했다. 자본변동표에는 이 가운데 6646억원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반영됐다.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하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지 않고도 자기자본을 늘릴 수 있다. 만기가 길고 발행사가 원금과 이자 지급을 연기할 수 있는 조건 등을 갖춰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달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12회차와 13회차 발행금리는 각각 연 5.5%, 14회차는 연 5.6%다. 이를 권면액에 단순 적용하면 올해 상반기 새로 발행한 6650억원에서 발생하는 연간 이자 부담만 약 369억원이다.
콜옵션 행사 시점도 향후 자금 운용에서 변수가 된다. 12회차와 13회차는 발행 7년 뒤인 각각 2033년 2월과 3월부터 메리츠증권이 조기상환할 수 있다. 가장 규모가 큰 14회차는 이보다 빠른 2031년 6월부터 콜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리도 다시 정해진다. 12·13회차는 발행 7년 뒤부터, 14회차는 5년 뒤부터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금리를 재산정하면서 연 2%p를 추가로 가산한다. 향후 시장금리가 높게 유지될 경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신종자본증권을 유지하는 데 따른 조달비용도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자본을 늘린 사이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은 커졌다. 메리츠증권의 별도 기준 잉여자본은 지난해 6월 말 1조5336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5275억원으로 64.8% 증가했다. 잉여자본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금액으로, 증권사가 부담하는 위험을 제외하고 남는 자본 여력을 뜻한다.
다만 위험부담까지 고려한 자본완충력은 대형 증권사 평균을 밑돌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올해 3월 말 158.7%로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증권사 10곳의 평균(187.1%)보다 28.4%p 낮았다.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증권사가 떠안은 위험에 견줘 자본완충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신평은 규제상 순자본비율은 자본의 절대 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구조인 만큼, 위험부담 대비 자본완충력을 보여주는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을 자본적정성 판단에서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위험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우수한 이익창출을 기반으로 지표 하락폭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순이익 상당 부분을 배당해 자본 성장 속도는 이익창출력 대비 다소 더딘 편으로, 배당정책과 위험인수 속도의 균형 점검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