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이상 낸 사람의 금액 총합은 1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과도한 부의금이 뇌물 공여죄,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은 아닌지 수사하고 있다.
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최근 농협 전현직 임직원을 뇌물 공여죄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 중에는 전직 농협중앙회 회장, 현직 농협 계열사 고위 관계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일 강원 춘천시 소양강 파크골프장에서 열린 '제2회 농협중앙회장배 농업인 파크골프대회'에서 강호동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앞서 경찰은 지난 7월 농협중앙회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강 회장 장모상 부의금 명부가 정리된 파일을 입수했다. 부의금 총액은 20억원 안팎이었으며, 100만원 이상 부의금 액수만 따로 합하면 9억원을 넘어갔다고 한다.
경찰은 과도한 부의금이 뇌물공여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형법 제133조(뇌물공여 등)에 따르면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부의금은 뇌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도시정책실장을 지내던 한 공무원은 지난 2016년 모친상 당시 본인 관할 지역 건설업자 3명에게서 각각 500만원, 100만원, 100만원을 받았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강 회장에게는 김영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농협중앙회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있고,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이들은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을 수 없다. 경조사비는 5만원,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대신하는 화환·조화는 10만원을 초과해선 안 된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10월 딸 결혼식 때 피감기관에서 10만원을 초과한 축의금을 받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농협 관계자는 “통상 공직 유관 단체 수장 등 고위 관계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과도한 부의금을 받으면 법적 문제를 고려해 다시 돌려주거나 아예 기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권력이 경조사비까지 걸고넘어지는 건 너무 과한 처사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