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통상 반대로 움직여온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떨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작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미국 주식과 국채, 달러가 한꺼번에 팔리는 ‘셀(sell) 아메리카’ 공포가 커졌을 때도 벌어졌다. 코스피는 지난달 27일 이후 3일까지 4.8% 떨어졌다. 같은 기간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0.13%포인트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은 떨어진다. 주식과 채권값이 함께 내려앉은 것이다.
유가 등 물가 상승과 이를 잡으려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이에 따른 주식 가치의 하락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5경5000조원에 달하는 국가부채도 이를 부채질한다. 더 많은 국채를 찍어 재정을 보충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하는 것이다.
채권 투자 비중이 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손실이 우려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채권에 289조5710억원을 굴리면서 -2.42%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채권이 국민연금 자산군 중 유일하게 손실을 냈다. 자금 조달이 위축된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가계 가처분 소득이 줄고 이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픽=김성규유가·긴축·재정, 세 방향 압력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2일(현지 시각) 브렌트유는 배럴당 95.63달러로 1% 가까이 올랐다. 지난달 31일 90달러를 넘은 뒤 미국이 이란 공습을 재개한 1일 하루에만 5% 가까이 뛴 데 이은 추가 상승이다.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게 된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28일 잭슨홀 회의에서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겐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했다. 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9월 연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67% 넘게 올랐다. 앞서 한국은행은 7,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연 3%로 끌어올렸다.
빠듯한 재정 상황도 압력을 보탰다. 국채 발행 물량과 AI 투자용 회사채 공급이 동시에 늘면서 채권 시장금리를 밀어올렸다. 2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4.818%까지 올라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4.793%로 마감했다. 30년물은 5.2%대로 19년 만의 고점 부근이다. 같은 날 일본 10년물은 3%를 넘어 1996년 이후 처음, 영국 30년물은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찍었다.
주식⋅채권 손실, 경기침체 우려도
주식과 채권은 대체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경기가 좋아 수요가 몰리면 물가와 주가가 오르고 채권값은 내린다. 경기순응적 인플레이션이다. 반대로 불경기엔 물가와 위험자산인 주식은 떨어지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채권값은 오른다. 이 같은 음(-)의 상관관계를 전제로 기관 투자자들은 ‘주식 60%·채권 40%’ 투자 비율을 짠다.
그런데 물가가 경기와 반대로 움직이면 전제가 깨지며 손실이 난다. 물가가 불경기와 반대(경기역행적)로 오르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이런 경우 주가는 떨어지고 채권값도 동반 하락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이익이 나지 않고 이익이 미래에 몰린 IT 성장주들은 현재 가치를 계산할 때 할인율이 커진다. 그만큼 성장주 주가가 후려쳐진다는 뜻이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또한 재정 지출, 투자, 소비가 동반 감소하며 경기 침체 압력이 가속화된다. 기업이 이익을 못 내며 주가는 다시 떨어지는 악순환 사이클로 들어서기 쉽다.
변수는 유가다. 중동 긴장이 확대되면 물가와 금리가 다시 뛰고 주식과 채권이 함께 밀리는 국면이 길어진다. 유가가 잡히면 두 자산의 상관관계도 제자리로 돌아갈 여지가 있다. 이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4일 나오는 미국 8월 고용보고서도 분기점이다. 고용이 강하게 나오면 금리는 더 오른다. 반대 신호가 나오면 금리가 진정되고 주가도 반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