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군함 시장 잡아라”… 국경 넘는 조선 동맹

글로벌 방산 협력 확산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페루 수도 리마 인근의 국영 시마(SIMA) 조선소에서 HD현대중공업과 시마가 공동 건조한 상륙지원함 ‘침보테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침보테함을 건조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은 설계·기술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페루 수도 리마 인근의 국영 시마(SIMA) 조선소에서 HD현대중공업과 시마가 공동 건조한 상륙지원함 ‘침보테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침보테함을 건조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은 설계·기술 지원을, 시마는 블록 제작과 조립·시험·시운전을 맡아 협력했다. /페루 대통령실
독일 최대의 방산·조선 기업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는 지난 1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와 잠수함을 포함한 수중 방산 분야 신기술을 개발하고 함께 해외 수주에도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기업은 지난 1996년 독일과 이탈리아 해군이 각각 사용하는 U212A급 디젤 잠수함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20년 넘게 협력해 왔다. 그 범위를 더 넓히기로 한 것이다. 두 회사는 “유럽의 해군 산업이 국가별로 쪼개져 있는데 이를 넘어서 경쟁력 있고 통합된 산업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TKMS는 현재 스페인 국영 조선 기업 나반티아와도 잠수함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TKMS가 설계를 맡고 나반티아가 스페인 조선소에서 잠수함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유럽 기업들이 국경을 넘는 조선 동맹에 잇따라 나서는 것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유럽 재무장’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방위력을 상당 부분 의존해 왔지만,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 출범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군사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특히 대서양과 지중해, 북해 등 바다와 접한 곳이 많아 해군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군함은 보안 시설과 품질 인증, 숙련된 설계·생산 인력이 필요해 주문이 늘어도 생산 능력을 곧바로 키우기 어렵다. 다른 나라 조선소와 인력을 공유하면 납기를 줄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실리를 노리고 조선소들은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동맹을 만들고 있다.


커지는 글로벌 조선 동맹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스페인 나반티아는 지난 2월 유럽 각국이 차세대 초계함을 공동 개발하는 ‘유럽 초계함(EPC·European Patrol Corvette)’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초계함은 연안 경비와 감시, 전투 임무 등에 쓰이는 중소형 군함이다. 핀칸티에리와 나반티아는 합작 법인을 세워 전투형 초계함을 공동 개발하고 다른 유럽 국가로의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유럽 밖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과 인도는 지난달 일본의 함정 설계·기술과 인도의 생산 능력을 활용한 차세대 함정 공동 개발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과 인도 조선소에서 필요에 따라 서로 함정을 수리·정비해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호주 해군은 지난 4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개량형 모가미급 호위함 3척의 건조를 맡겼다. 3척은 일본에서 건조해 납품하지만, 후속 함정은 서호주에서 현지 건조해 호주 조선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韓도 현지 조선소와 손잡고 수주전
세계 최고의 조선 역량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조선소도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달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에서 공동 건조한 상륙 지원함 ‘침보테’를 진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HD현대중공업이 설계와 기술 지원을 맡고 시마 측이 블록 제작과 조립, 시험·시운전을 담당했다. HD현대와 시마는 잠수함 공동 개발·생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한화오션도 지난 3월 그리스 최대 조선소인 오넥스(ONEX)와 협력하기로 했다. 그리스 해군이 발주하는 잠수함 사업에 공동 입찰하고, 지중해와 흑해 등 그리스 인접 국가를 포함한 제3국 시장에서도 공동으로 함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지에 MRO(유지·보수·정비) 거점도 구축한다.

미국과 진행하는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한화는 이미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호주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 인수도 추진 중이다. HD현대중공업도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 등 현지 투자를 타진 중이며, 최대 군함 건조 기업인 헌팅턴잉걸스와도 기술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