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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횡재, 다른 산업 도태 안 되게 해야”

바운 前 美국무부 이코노미스트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전 미국 국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채드 바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전 미국 국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채드 바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한국 경제는 반도체 부문의 유례없는 수출 급증으로 큰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 횡재가 다른 분야를 도태시키는 ‘자원의 저주’가 되지 않으려면, 냉정한 자세로 미래의 업황 반전을 감안한 준비를 해나가야 합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4년 미국 국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채드 바운(Bow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갑자기 닥친 ‘반도체 대박’에 너무 취하지 말고 냉정하게 현재를 분석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바운 연구원은 세계무역기구(WTO) 연구원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통상 담당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미국의 대표적인 ‘무역통’이다. 최근엔 지난 수년간 진행돼온 세계 무역 질서의 변화를 현장 경험을 담아 분석한 책 ‘트럼프 이후의 질서(원제 ‘How to Win a Trade War’)’를 냈다.

바운 연구원이 언급한 ‘자원의 저주’는 일부 산유국처럼, 한 분야에서 갑자기 터진 횡재가 국가의 고른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특정 산업에 성과가 집중되며 ‘폭죽’이 터지는 과정에 다른 부문의 쇠락을 간과해 생기는 일이다. 그는 “핵심 인재·자원과 정책적 지원이 모두 질주하는 한 분야, 지금 한국의 경우 반도체 부문으로 빨려 들어갈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라며 “그 결과 자동차·철강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다른 산업이 인력난과 투자 부족에 시달리며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제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빅테크사의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이익 급증과 예상을 뛰어넘는 수출·성장·세수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의 약 절반이 반도체 기업에서 비롯했고 국내총생산의 3분의 1을 반도체 관련 제조업이 차지할 정도로 ‘쏠림’이 크다. 국가의 정책적 지원도 반도체와 AI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바운 연구원은 “언젠가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때 다른 분야의 경쟁력이 녹슨 상태에 있다면 국가 경제는 대안 없이 타격을 입게 된다”며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격해지는 무역 전쟁과 관세 압박에 대해선 “트럼프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공화당인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 중국에 가한 압박 중 상당수가 바이든의 민주당 행정부에서 이어지거나 강화됐고 트럼프는 2기에 전방위적 무역 전쟁으로 전선을 확장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무역 분쟁이 격화되는 흐름이 미국 집권당과 무관하게 이어진다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균형을 추구해온 한국이 조만간 미국·중국 간 양자택일 압박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그는 봤다.

바운 연구원은 “많은 국가가 결국은 안보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은 그 과정에서 여느 나라보다 큰 경제 타격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며 “한국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두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분산할 대안을 그 어느 나라보다 치열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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