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한도 못 채우는 기업 대다수
“요건 강화로 승계 진입 좁아질 우려”
국민일보DB 가업을 이어가려는 중소기업이 더 높은 ‘가업상속공제’ 문턱에 걸릴 위기에 놓였다. 최근 6년간 가업상속공제로 400억원을 초과해 공제받은 상속인은 공제 혜택을 받은 인원의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상속세를 매길 때 적용하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현행 최대 6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제를 받기 위한 최소 경영기간 요건 등은 강화했다. 하지만 애초에 현행 공제 한도에도 닿지 못하는 중소·중견기업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이번 제도 개편으로 오히려 공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5년 가업상속공제 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가업상속공제 결정 건수는 총 1024건이었다. 이 중 공제금액이 400억원을 넘은 경우는 12건에 그쳤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4건, 2024년 2건, 지난해 4건 수준이다. 2021년엔 한 건도 없었다. 최근 6년간 400억원을 초과하는 공제 한도를 받은 인원은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이들 중에서도 약 1.2%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일정 기간 이상 경영한 곳을 상속인이 가업으로 상속받으면 상속세를 매길 때 상속재산가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달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최대 100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10년 이상 경영 시 최대 300억원, 20년 이상은 400억원, 30년 이상에는 최대 600억원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조세 정상화를 강조하며 경영 기간 요건도 강화했다. 피상속인의 경영 기간을 현행 10년 이상에서 30년 이상으로, 상속인의 사후 관리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제도의 비대칭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속세가 자산 규모가 큰 소수가 내는 특수 세목에 해당한다고는 하지만, 다시 한번 특정 소수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여서다. 정부는 경영기간 요건을 늘리면서 공제 문턱 자체를 높였다. 반면 한도를 1000억원까지 상향한 조치는 애초에 현행 한도조차 채우지 못했던 대다수 기업에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김상훈 의원은 “가업상속공제는 무거운 상속세로 기업이 해체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이번 세제개편안은 겉으로는 공제한도를 늘린 척 생색내며 요건을 강화해 진입로는 막아버리고, 최고세율·최대주주 할증평가 등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눈속임 개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