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란과의 현재 충돌 상황을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겠다”며 전면적인 교전 국면은 지나갔다고 주장했다.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장기화하는 중동 분쟁과 고유가에 대한 공화당 안팎의 우려를 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이 추진하는 이란의 경제적 고립 작전에 중국도 일정 부분 협조적이라고 평가했다.밴스 부통령은 3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이란과의 전쟁이 끝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겠다”며 “현재 활발한 교전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전투작전은 약 6주간 지속됐다”며 이 기간 이란의 핵시설과 산업 기반, 재래식 군사력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충돌이 언제 완전히 끝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언제 선박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이냐는 질문이라면 답을 모르겠다”며 “이란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야당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다. 민주당 소속 로 칸나 하원의원은 “마치 미국인들이 자신의 휴대폰과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상황조차 보지 못하는 것처럼 구는 것”이라며 “믿을 수 없는 가스라이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전쟁이다. 누가 이게 전쟁인 줄 아느냐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다. 그는 우리가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밴스 부통령의 ‘활발한 교전은 없다’는 발언에 대해 “최근 며칠 새 양쪽 모두 공격을 주고받았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도 당분간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현재 양국이 대화하고 있지 않다며 이란이 상선 공격을 중단할 때까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경제·군사·외교적 수단은 물론 비밀작전까지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의 군사 개입으로 호르무즈해협의 원유 수송이 상당 부분 회복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밤 약 1500만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며 “이는 미국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나서지 않았다면 “재앙적인 세계 에너지 위기”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과 관련해 ‘중국의 협조 없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일부 입장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은 “국제 분쟁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상선을 공격하는 국가는 아니다”라며 이란보다 “훨씬 더 책임 있게” 행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도 이란이 상선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데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 같은 경제 압박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건하려 할 경우 필요한 경제적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까지는 이란이 이를 재건하려는 시도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밴스 부통령이 공개적으로 중국의 협조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시 주석이 최근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과 만났음에도 중국 매체들이 이를 별도로 부각하지 않은 것을 두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란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밴스 부통령은 최근 이란 남부의 결혼식장이 미군 폭격을 받아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이란 쪽 주장에 대해 “극도로 회의적”이라면서도 미 당국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면서 “불행하게도 때때로 일이 발생하기는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무기 전문가 분석과 영상 검증 등을 토대로 미군이 투하한 폭탄이 결혼식장을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