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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숨 고르기 중… 조만간 ‘화끈한 장세’ 재현 가능성 크지 않아”

목대균 대표 “2028년까지 빅테크 잉여현금 마이너스 전망… 매크로 변수 주시해야”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 홍태식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 홍태식
“2008년 9월 굉장히 유명한 애널리스트와 미팅을 가졌다. 그는 ‘지금 주가가 충분히 조정받았다’며 ‘바이콜(buy call)’을 외치더라. ‘숫자’만 보면 맞는 얘기였다. 당시 증시가 한 차례 반등을 보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구체적인 문제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터라, 자금시장의 경색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기 일주일 전이었다.”

“맞는 예측도 너무 오래 붙들고 있지 말아야”20년 경력의 펀드매니저 출신인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가 회고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상황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라는 뇌관이 촉발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에 전대미문의 타격을 입혔다. 부동산 파생상품 버블이 꺼지자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는 유례없는 침체를 겪었다. 목 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금융시장 랠리가 지속됐기에 대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결코 사고(思考)를 외주화하지 않고, 증시뿐 아니라 다양한 경제 변수를 예의주시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목 대표는 자신의 시장 예측이 어긋났던 실패담부터 거론했지만 그의 경력과 실력은 만만치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반토막이 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에 2011년 소방수로 투입된 그는 3년여 만에 원금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해외 펀드 전문가로 인정받은 목 대표는 현재 6조 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KCGI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최근 신간 ‘살 것인가, 팔 것인가, 버틸 것인가’를 낸 목 대표를 8월 31일 만나 20년 동안 1만 번 넘는 투자 선택을 해온 경험과 개인투자자가 참고할 만한 인사이트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미리 예측했지만 결과적으로 운용하던 펀드 자금이 회수되는 시련을 겪었다고.

“예측이 맞아떨어져도 그 생각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으면 틀린 포지션이 되기 마련이다. 미국 부동산 부실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매개로 다른 나라에까지 전파됐다. 2010년이 되자 유럽에선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국가부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앞서 미국발(發) 경제위기를 시장 일선에서 겪은 나로선 자칫 유로화가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리스크를 줄이고자 헤지 포지션을 만들었다. 2011년 8월쯤 글로벌 금융시장이 실제로 폭락했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벌 수 있도록 헤지 포지션을 구축해놓은 터라 돈을 꽤 많이 벌었다. 그런데 당시 주가가 떨어진 기간은 상당히 짧았고 증시는 곧 반등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국 중앙은행이 적극 개입했으며, 증시에도 리스크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재정위기를 남들보다 앞서 예측하고 대비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시장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고집을 부렸다. 결국 펀드 자금을 회수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간에서 “주가는 가장 늦게 비명을 지른다”고 했다. 보통 주가는 각종 경제적 변수를 선반영한다고 여겨지지 않나.

“보통 때 증시는 그렇다. 평상시 주가는 기업 펀더멘털과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을 선행적으로 반영해간다. 문제는 경제위기가 다가올 때다. 이 정도 규모의 리스크를 예측할 때 주가는 다른 지표에 비해 늦은 측면이 있다. 이런 때는 환율이나 채권, 신용도 같은 주식시장의 외적 요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경제위기 앞두고 주가는 가장 늦게 비명 지른다”현재 국내외 증시에도 ‘비명’ 징후가 있나.

“인공지능(AI) 사이클에서 지난해부터 좋지 않은 신호가 나오고 있긴 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바퀴벌레’를 경고하지 않았나(지난해 10월 다이먼 CEO는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나타났다면 실제론 더 많이 있는 것”이라며 사모 대출 시장의 부실 위험성을 경고했다). 현금을 많이 갖고 있던 우량 빅테크들이 최근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찍어내고 있다. AI 투자가 급증하면서 자금 지출 사이클이 시작된 것이다. 자연스레 시장의 관심이 매크로 변수로 쏠리는 분위기다. 최근 30년물 장기채 금리인상에 경계감을 갖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빅테크가 견조한 실적을 내면서도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빅테크의 자금조달 능력만 놓고 보면 아직 큰 문제는 없다. 2000년대 초반 IT(정보기술) 버블 당시에는 상당수 기업이 엄청난 부채 부담을 졌고 원활한 현금흐름도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빅테크는 탄탄한 재무 구조를 지녔다. 밸류에이션도 크게 비합리적인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2028년에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위기 순간을 잘 넘겨 빅테크가 본격적으로 큰돈을 버는 시기가 올 때까지 자금조달 측면에서나 채권시장에서나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게 관건이다.”

매크로 변수로 증시 대폭락이 펼쳐질 가능성은 없나.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세계 증시에 아마겟돈(harmagedon·종말)이 올지 여부를 논하기엔 너무 이르고, 그럴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AI 산업에서 매크로 변수로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주가가 통상적 수준에서 단기 조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자리한 구글 사옥. 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자리한 구글 사옥. 뉴시스
“초심자의 행운에 편승한 ‘하루짜리 투자’ 금물”현 국내 증시는 어떻게 보나.

“숨 고르기 국면이라고 본다. 일단 AI 사이클은 계속되고 있으며, 거기서 수혜를 입은 메모리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플레이어는 줄어들었는데 빅테크는 5년 단위 장기공급계약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질수록 메모리 반도체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된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이익 사이클을 매우 빠르게 반영했다. 먼저 외국인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뛰어들었고 기관이 뒤를 이었다. 마지막에 개인투자자들이 유입됐는데 여기서 오버슈팅이 발생했다. 한국 증시가 갑자기 글로벌 1등 수준으로 뜨거워졌다가 한순간에 폭락하는 등 급등락이 너무 심했다. 앞서 상승장 같은 화끈한 장세가 조만간 다시 펼쳐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초보 개인투자자에게 조언하자면.

“투자에서 ‘초심자의 행운’만큼 경계해야 하는 것도 없다. 첫 투자에서 운 좋게 수익을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투자 규모와 횟수를 반복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지,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피할 수 있는지 여부다. 요즘 들어 오늘 투자해 내일 수익을 뽑아내려는 풍조가 강해졌다. 지금 거론되는 AI 투자 사이클은 2030년까지 갈 것으로 보이는데 상당수 개인은 하루짜리 투자를 한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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