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에 메모리 매출 3.8배… 경상수지 4500억달러 전망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선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가격이 뛰면서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시 기준 올해 누적 수출액은 7094억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수출액 7093억달러를 117일 앞당겨 넘어섰다.
올해 1~8월 반도체 수출은 281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6% 증가했으며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6%에 달했다.
반도체 외에도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이 262.2% 증가했고, 석유제품 40.7%, 무선통신기기 28.1%, 선박 12.4% 등이 늘었다. 올해 6월에는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출을 견인한 반도체는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이 1조5552억달러로 지난해보다 92% 증가하고, 이 가운데 메모리 매출은 8373억달러로 28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7%에서 올해 5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메모리 매출은 1조755억달러로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가트너는 추가 생산 능력이 확대되더라도 AI 인프라 구축이 계속되면서 메모리 수급은 여전히 빠듯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업계에서는 메모리를 앞세운 반도체 수출이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인 만큼, 올해 수출 1조달러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관련, 이종욱 관세청장은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현재의 견조한 수출 흐름이 이어진다면 12월 초쯤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전망된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해당 보고 내용을 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반도체 호황은 경상수지 흑자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기존 2500억달러에서 4500억달러로 상향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치였던 1231억달러의 3.7배에 달한다. 올해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도 2330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한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전망은 지난달 말 평균 16.0%였다. UBS를 제외한 7개 IB 평균은 17.7%이며 노무라는 19.7%까지 전망했다.
한국의 경상흑자율이 20%에 가까워지는 것은 1980년 이후 처음이다. 종전 최고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0.1%였다.
1998년과 달리 이번 흑자는 불황으로 수입이 줄어든 결과가 아니라 반도체 수출 경쟁력과 가격 상승이 주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도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에 따른 가격 급등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메모리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 중국의 반도체 자립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내수 시장과 국가 주도의 투자를 앞세운 중국과 규모의 경제로 경쟁하기보다는 지금의 호황을 기술 격차를 벌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만큼은 정치적 논리보다 민관이 함께 초격차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