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내 기금 운영 마무리 시나리오
국고채 이자비용 2030년 51조 전망
기초연금·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도 늘며 의무지출 538조 육박 예정
성장률 둔화 땐 재정지표 급격 악화 우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비공개 당정협의에 참석,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조성한 162조 3000억 원의 미래대응기금이 약 5년으로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연동되는 ‘추가 세수’의 구조적 특성 탓에 미래대응기금의 핵심 재원인 추가세수는 2030년 뒤에도 충분히 유입될 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6일 관계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최근 비공개 당정 예산 협의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운용 기간에 대해 약 5년이라고 보고했다. 그동안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소멸 시점을 정해놓지 않은 ‘지속 가능한 기금’이라는 취지로 설명해온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발(發) ‘추가 세수’를 재원으로 조성된다. 안정적 세입 확충에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반면 편성 사업은 대부분 5년 이상 중장기 사업으로 구성돼 기금 고갈 뒤 일반회계에서 자금을 끌어다 쓸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같은 방식을 통해 경기 호황기에는 재원을 쌓고 세수가 감소하는 시기에는 기금을 활용해 재정을 보완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에 의존하는 구조적 특성상 안정적 세입 확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정부 역시 이같은 한계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내년에 끝날 경우 미래대응기금은 2028년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수지 말라도 지출사업은 남아
기획예산처 역시 최근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운용 기간이 지출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4~5년 내 마무리할 수 있는 사업을 구분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식적인 기금 존속기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내부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실질적인 운용을 4~5년 단위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이재명 정부 임기가 마무리되면 재정 저수지가 마르는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미래대응기금을 경기 호황기에 세수를 쌓아두고 불황기에 꺼내 쓰는 ‘재정 저수지’로 설명하며 영속적인 재정안정 장치라는 입장을 밝혀왔다.문제는 미래대응기금에서 재원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사업 중 상당수가 단년도 사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일단 2027년도 미래대응기금 규모로 확정한 162조 3000억 원 중 45조 4000억 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지방미래성장지원금과 국민생활권 복합센터, AI·전략기술 투자, 지방국립대 등록금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이 포함돼 있다. 지방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이나 청년 지원, 지방 성장지원, AI 인재 양성 및 전략산업 지원 등은 일단 시작되면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한 사업들이다.
따라서 기금의 실질적인 운용기간이 4~5년 정도라면, 이후에는 해당 사업을 일반회계로 넘겨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이 줄어드는 시점과 지속사업의 재정 부담이 본예산으로 넘어오는 시점이 겹칠 경우 정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불황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만큼 기금을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지출 수준도 경제 상황과 재정 여건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국채 이자 40.4조 원…高금리 시대 미리 대비해야
7월 12일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골목에 시민들이 앉아 쉬고있다. 연합뉴스그 사이 정부가 감당해야 할 고정적인 재정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국고채 이자비용이 대표적이다. 내년 국고채 이자비용은 40조 4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7.4%(6조 원) 증가한다. 같은 기간 국고채 잔액 증가율은 7.6%에 그친다. 국고채 잔액보다 이자비용이 두 배 이상 빠르게 늘어나는 셈이다.이 같은 흐름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국고채 이자비용이 2030년 51조 1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과거 낮은 금리로 발행한 국고채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하는 물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국고채 발행 예정액은 222조 8000억 원이고, 이 가운데 110조 7000억 원이 차환 물량이다. 여기에 신규 국고채 평균 조달금리도 올해 1월 3.18%에서 7월 4.07%까지 0.89%포인트 올랐다.
정부는 국고채 이자비용이 늘더라도 경제 규모에 견주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정부의 경상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적용하면 GDP 대비 국고채 이자비용은 올해 1.23%에서 2030년 1.44%로 상승하는 데 그친다. GDP 대비 국가채무 역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이 같은 이자 부담 확대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라는 숫자만으로 현재의 재정 상황을 안심하기는 어렵다”며 “국채가 계속 늘어나고 이자 부담까지 커지는 상황에서는 향후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 분야의 의무지출 확대 역시 재정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 지출은 올해 23조 1378억 원에서 연평균 6.8% 증가하면서 2030년 30조 862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 국가 부담액은 같은 기간 22조 4665억 원에서 연평균 13.9%씩 뛰면서 37조 8352억 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도 계속 확대된다. 이들을 모두 합친 의무지출은 올해 387조 6640억 원에서 2030년 537조 8548억 원으로 불어난다. 2026~2030년 연평균 증가율은 8.5%로, 1년 전 전망치보다 2.2%포인트 높아졌다. 정부 재정지출의 절반 이상을 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구조가 굳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