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그린 일러스트.대출 한도 축소와 고금리 영향이 빚은 소형 선호가 ‘평수 계급장’에 금을 내기 시작했다.
고금리 이자 폭탄과 깐깐해진 대출 규제에 짓눌린 매수자들이 소형 아파트로 쏠리면서 같은 단지 내 24평과 33평의 실거래가 차이가 불과 1000만원 이내로 좁혀지거나 오히려 역전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제개편과 강도 높은 수요억제책으로 다양한 사정의 급매와 신고가 거래가 뒤섞이며 이 같은 흐름이 심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 1위를 기록한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71㎡는 지난달 5일 8억4000만원(12층)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날 같은 단지 전용 59.98㎡도 8억3000만원(4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동일 아파트의 33평형과 24평형 차이가 1000만원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실수요자들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이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성북구 정릉동 정릉풍림아이원 전용 59.88㎡는 지난 7월 11일 6억7800만원(6층)에 거래됐고, 전용 84.09㎡는 같은 달 13일 6억7000만원(13층)에 손바뀜이 있었다. 더 낮은 층의, 더 작은 아파트가 더 비싸게 팔린 사례다.
관악구 봉천동 벽산블루밍3차 전용 59.8㎡는 지난 7월 23일 10억4800만원(9층)에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같은 달 동일 단지의 전용 83.87㎡는 10억2300만원(2층), 10억7000만원(16층)에 각각 새 주인을 찾았다. 23평형과 32평형의 가격 차이가 저층에선 역전됐고, 기준층 이상에선 2200만원 수준까지 좁혀졌다.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시기가 빨라지면서 가용한 현금 여력 안에서 매수에 나서다보니 매매 총액 부담이 작은 소형 평수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노원구의 한 소형 아파트를 매수한 20대 J씨는 “월세도, 전세도 충분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몰리다 보니 작더라도 내 집 마련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들어 원래 계획보다 빨리 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에 대출 총액을 늘리지 않으려는 욕구와 세제 개편 등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각기 다른 다양한 사정이 거래에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 격차를 종잡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1~2인가구는 상대적으로 30평 이상을 찾는 수요가 크지 않은 편이고, 주택 총액을 놓고 보면 소형 평수가 이자 부담 등이 적은 편”이라며 “평당가 기준으로는 소형 평수의 가격이 비싸다 하더라도 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매월 부담하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매수자들은 대출 총액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세제 개편과 규제로 인한 시장의 불안정성이 이 같은 기현상을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그는 “여유 있는 집주인의 ‘신고가 매물’과 다주택자의 ‘급매물’ 사례가 함께 나타나고 있는 점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