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한 KB국민은행 상담창구 [사진=연합뉴스][디지털데일리 김남규 기자] “사자니 취득세, 살자니 보유세, 팔자니 양도세, 주자니 증여세, 이승을 떠나자니 상속세.”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4월, 당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던진 말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을 다시 꺼내보면 서민들의 한숨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당시에는 세금이 무겁다는 불만이 컸다. 그래도 세금을 감수하면 집을 사고, 팔고, 물려줄 수 있었다.
지금은 세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집을 사려 해도 대출의 벽을 넘어야 한다. 높은 집값에 대출까지 막히면 내 집 마련을 접어야 한다. 전세마저 귀해진 상황에서 남는 선택지는 월세다.
어렵게 집 한 채를 마련했다고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몇 년 전 2~3%대 금리로 받은 주택담보대출이 이제 무거운 청구서가 돼 돌아오고 있다.
주담대 금리가 8%에 육박하면서 2021년 연 3% 금리로 3억원을 빌려 매달 약 126만원을 갚던 차주는 월 206만원을 상환해야 할 처지다. 한 달에 약 80만원, 1년에 950만원 가까이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금리가 비싸면 더 싼 은행으로 갈아타면 된다. 원래 시장은 그래야 한다.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차주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움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당연한 선택조차 쉽지 않다.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은 대출 영업에 소극적이다. 대출 문을 조금 열었다 싶으면 한도가 금세 동난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총량을 서둘러 채울 이유가 없다. 굳이 금리를 낮춰 다른 은행의 차주까지 데려올 이유도 없어졌다.
대출의 양을 묶었더니 가격 경쟁까지 힘을 잃는 모양새다.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자금을 끌어오는 비용까지 뛰었으니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차주들이 늘어난 이자에 허덕이는 사이 은행의 이익은 해마다 불어났다.
차주에게 남은 선택지는 세 가지다. 오른 이자를 오롯이 감당하거나, 더 싼 대출을 찾아 갈아타거나, 집을 팔아 빚을 갚는 것이다.
첫 번째는 고통스럽다. 두 번째는 문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선택은 너무나 가혹하다. 평생을 꿈꿔 어렵게 마련한 집을 포기하는 일이다.
더 씁쓸한 것은 지난 5년 동안 많은 집주인이 딱히 무엇을 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5년 전 살던 그 집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고, 집주인도 그곳에서 그냥 살았을 뿐이다.
달라진 것은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과 그 뒤를 따라붙은 세금과 규제, 이자다. 집은 그대로인데 가격표가 바뀌었고, 어느 순간 평범한 1주택자의 어깨에도 더 무거운 짐이 얹혔다.
갈아탈 곳은 마땅치 않고, 어렵게 마련한 집을 포기하기는 싫다. 빠져나갈 길은 좁아졌는데 이자는 오른다. 말 그대로 ‘가두리 대출’에 갇힌 꼴이다.
가계부채 관리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총량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실수요자의 대환 선택까지 제한해서는 곤란하다. 빚을 더 내겠다는 것도 아니다. 같은 빚을 조금이라도 싼 이자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막아야 할 것은 빚의 무분별한 증가이지,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차주의 선택까지는 아니다.
혹자는 그래도 집이 없어 월세로 내몰린 사람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그래서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은 힘들다는 말조차 마음껏 꺼내지 못한다.
그저 속으로 탄식할 뿐이다. 편히 쉴 집 한 채 가진 것이 무슨 큰 죄라도 되는 것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