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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이기자] 세입자 전세금 내고, 주인은 월세 받고 … 전월세 안심신탁 출격

전월세 안심신탁제도 이달 첫 도입
전세금 공공기관에 맡겨 펀드로 운용
보증금 1천만원·월세 74만원 세입자
매달 주거비 20만원 넘게 줄어들어
집주인에겐 연 4%대 약정 수익 지급
공실·연체에도 월세 대신 받을수 있어


노후 다세대주택과 빌라 등 주거 건물이 밀집해 있는 서울의 한 빌라촌 전경.  매경DB 노후 다세대주택과 빌라 등 주거 건물이 밀집해 있는 서울의 한 빌라촌 전경. 매경DB

최근 몇 년 새 '전세의 월세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전세사기가 워낙 큰 사회문제였던 데다 정부가 전세 관련 대출과 보증을 축소하는 기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 서울은 아파트는 물론이고 빌라와 오피스텔, 대학가 원룸까지 월세 오름세가 뚜렷해 청년과 서민 등 취약계층에는 치솟는 주거비가 상당한 부담이 됐다. 목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세입자라면 아무래도 매달 빠지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다. 이에 정부가 시중의 월세 물건을 전세로 전환하는 효과를 주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전월세 안심신탁' 제도다.

◆ 전월세 안심신탁 제도란

보통 전세나 반전세 계약은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 둘이 맺는다. 세입자가 집주인 통장으로 보증금을 보내면 바로 계약이 체결된다. 그런데 전월세 안심신탁은 이 중간에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끼워넣는 제도다. HUG, 집주인, 세입자 이렇게 셋이 '3자 계약'을 맺는다.

전월세 안심신탁을 이용하는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니라 HUG에 준다. HUG는 이렇게 모은 보증금을 펀드에 넣고 운용할 계획이다. 이 펀드 수익을 집주인에게 매달 월세처럼 주겠다는 구상이다. 이러면 세입자는 전세로 살며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집주인은 마치 월세를 받는 것과 같은 현금흐름을 구축할 수 있다.

◆세입자, 전세사기 걱정 덜어

일단 이 제도는 특히 세입자에게 좋다. 우선 전세 계약이 끝나면 HUG가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니 전세사기를 당할 걱정이 없어진다. 주거비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시한 예시를 살펴보자.

세입자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4만원을 내고 서울의 한 낡은 빌라에 산다고 하자. 참고로 서울 빌라 전월세 전환율은 4.7%(5월 기준)이니 '보증금 1000만원+월세 74만원' 계약은 '전세 2억원' 계약과 비슷하다.

이 빌라가 전월세 안심신탁에 가입하고 전세 2억원짜리 매물로 바뀌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세입자는 2억원이란 거액을 다 갖고 있을 필요도 없다. 전세 세입자를 위한 버팀목대출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세입자가 전세금의 80%인 1억6000만원에 대해 연 3.97% 이율로 전세대출을 받는다면 매달 이자로 약 53만원이 나간다. 이는 월세 74만원을 내던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결국 전월세 안심신탁에 가입하면 세입자로선 매달 주거비가 20만원 넘게 줄어드는 효과를 얻는다. 게다가 기존에 필수였던 전세금 반환보증을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되니 이 보증료도 연간 34만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

◆펀드 손실 생겨도 집주인에 수익 지급

그렇다면 집주인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사실 전월세 안심신탁 제도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원하는 사람만 신청하는 방식이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HUG는 세입자가 낸 전세금을 기반으로 주택공급활성화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내주는 등의 방식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여기에서 전월세 전환율 수준인 연 4%대 이자 수익을 내고 이를 매월 집주인에게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설명한 전세 2억원 빌라 사례를 다시 떠올려보자. 해당 빌라를 가진 집주인에게 HUG가 월세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매달 약 73만원의 약정 수익을 준다.

집주인에게는 월세가 밀릴 걱정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혹시 HUG가 펀드 운용을 잘하지 못해 손실이 생긴다 해도 집주인에게는 약정 수익을 계속 준다. 사실상 확정이자 개념이다. 또 새 임차인을 구하느라 한두 달 공실이 생겨도 월 수익을 보장한다.

◆근저당 잡힌 집주인 참여할 듯

정부와 HUG가 여러 인센티브를 마련했지만 현실적으로 집주인 참여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정적 월세 수입을 중시하는 일부 빌라 임대인이나 집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임대인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9월 LH 매입임대 500가구 시범 공급

이 제도에 관심이 있다면 9월 HUG 홈페이지를 잘 살피며 모집공고를 확인해야겠다. 신청 방식은 두 가지다. 먼저 임대인이 내 집을 안심신탁으로 맡길 테니 HUG에 임차인을 구해오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미리 안심신탁을 활용하자고 합의한 뒤 이 사업을 신청할 수도 있다. 정부는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가진 매입임대주택 500가구부터 전월세 안심신탁 방식으로 시범 공급할 계획이다. 10월부터 본격 신청을 받아 11월에 3자 계약을 맺는 게 목표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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