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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 후보의 낙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여 당을 분열시킨 인사들을 차기 총선 공천 지원 자격에서 배제하는 쇄신안을 당 지도부와 조직강화특위에서 논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
| ⓒ 유성호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6일 호르무즈 파병에 반대했던 인사들을 다시 거명했다. 이들이 "'방구석 평화주의자' 행세를 할 것이 뻔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안보자해극부터 단속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런데 안 의원 자신도 파병에 전제를 달았던 사람이다. 다른 의원들의 반대를 안보자해로 몰기에 앞서, 그 전제를 어떻게 충족할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지난 3월 19일 안 의원은 파병을 경제와 안보 자산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적극적인 참여를 조건으로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미국의 확답을 받아내자는 구상이었다. 교전 위험과 청해부대의 무장 수준, 파병 기간 등 따져야 할 문제도 있다고 인정했다.
8월 19일에도 주장은 이어졌다. 파병을 지렛대로 핵잠수함과 농축·재처리 권한을 협상하자면서, "장병 안전과 명확한 임무 범위"를 전제로 제시했다. 무엇을 얻을 것인지뿐 아니라 장병을 어떤 조건에서 보낼 것인지도 자신의 파병론에 포함한 것이다.
자신이 붙인 전제부터 따져야
그러나 6일 글에서 이런 조건을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찾을 수 없다. 대신 등장한 것은 반대 인사들의 명단과 병역이었다. 안 의원은 "대부분 군 복무조차 하지 않고, 입으로만 안보를 세일즈 하는 분들, 끝까지 반대 표를 던지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파병의 내용을 검증하는 대신 반대할 사람의 자격을 따지는 방식이다.
지금은 그가 붙였던 전제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할 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군사적 기여 방안을 설명하며 전투·비전투 등 여러 방식을 거론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후 전투·비전투·수색 등의 언급이 다양한 선택지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며,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공개된 설명만으로는 한국군이 어떤 임무를 맡게 될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데 안 의원은 그 내용을 심사할 국회의원들의 반대부터 단속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종 결정도 나오지 않았다. MBC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참여 방식뿐 아니라 참여하지 않는 경우까지 포함해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여러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그중 파병이 옳다는 증거는 아니다.
현장의 위험도 추상적인 우려가 아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5일(현지시간) 이란이 미 군함 두 척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이란 원유 운반선 세 척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미군의 설명만 보더라도 군함을 겨냥한 공격과 유조선에 대한 보복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경고도 보도됐다. SBS의 5일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 매체 알마야딘은 4일(현지시간) 이란의 한 안보·정치 부문 고위 관리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이 관리는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에 나선다면 이를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이자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의 공식 성명과 같게 취급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군사적 개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발언이다.
이란의 위협대로 한국이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 위협까지 포함해 파병이 우리 선박과 국민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장병 안전을 전제로 내걸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위험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반대자의 병역을 아무리 들춰도 한국군이 떠안을 위험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안 의원은 자신이 3월부터 경제·통상 압박 가능성을 경고했다며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미국의 압박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같은 글에서 한국이 자신의 이란 비핵화 동참 요청을 거절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을 예상하는 것과 그 요구에 응하는 것이 최선임을 입증하는 것은 다르다. 파병하면 어떤 압박이 줄어들고 어떤 새로운 위험이 생기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불참의 비용만 말하면서 참여의 비용을 묻는 사람을 안보 위협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핵잠수함이나 농축·재처리 권한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도 파병의 타당성을 입증해 주지는 않는다. 그 이익이 장병들이 감수할 위험보다 왜 큰지 설명해야 한다. 그것을 따져 판단하는 것이 국회의 일이다.
안 의원이 거명한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4일 정부의 파병 검토에도 반대했다. 그는 거론되는 파병 전력으로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반, 해군 군수지원함 등을 들며 "비전투병 전력이라 한들, 그 본질은 명백한 '전쟁 참여'"라고 했다. 국회에 파병 동의 요청이 오면 동의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안 의원의 제안에만 반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여당의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에도 반대한 것이다.
이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비전투 지원이 전쟁에 연루될 위험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반박하면 된다. 대통령에게 반대자를 단속하라고 요구할 일이 아니다. 여당 의원이라고 정부가 검토하는 모든 군사적 선택에 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60조 제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에 부여한다. 동의하지 않을 수 있어야 동의권이다. 국회에 파병 동의를 구한다는 것은 정부의 결정을 통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판단을 받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의원들을 설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이 요구한 것은 반대자가 제기한 문제에 답하라는 일이 아니었다. 반대자들을 동맹과 안보를 해칠 사람들로 규정한 뒤, 동의안을 보내기 전에 단속하라고 했다. 파병을 심사해야 할 국회를, 파병에 방해되지 않도록 정리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도 이 요구 뒤에 숨을 수 없다. 미국의 압박을 이유로 군사적 참여를 검토한다면, 무엇을 위해 장병을 보내려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 보호를 내세우면서 한국을 전쟁에 더 깊이 끌어들이는 결정이라면 정부가 추진해도 막아야 한다.
안 의원은 끝까지 반대할 것이냐고 물었다. 잘못된 파병이라면 끝까지 반대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일이다. 남을 전장에 보내자는 말을 한다고, 남을 전장에 보내지 말자는 사람보다 용감해지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