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리쿠드당 예비선거 투표소 앞에 설치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포스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UPI연합뉴스다음 달 2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당 간 합종연횡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오는 8일 정당 명부 확정일을 앞두고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집권 극우 연정은 소수 극우 정당 사표 방지를 위해 통합에 사활을 걸고 있고, 야권에서는 전 이스라엘방위군(IDF) 참모총장인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를 중심으로 반네타냐후 세력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는 중이다.
이스라엘 와이넷은 정당 명부 확정을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리가 지명할 수 있는 후보 명단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탓이다. 일부 소속 의원 등 리쿠드당 관계자들은 당내 경선을 통해 선발된 후보들이 당선권 내에 안착할 수 있도록 네타냐후 총리가 전략공천 지명자를 최소화할 것으로 요구해왔다.
네타냐후 총리의 더 큰 고민은 재집권 가능성이다. 이스라엘 정치 지형상 리쿠드당이 제1당이 되더라도 연정을 함께 하는 정당 의석이 전체(120석)의 과반인 61석을 넘지 않으면 재집권을 할 수 없다. 특히 3.25% 봉쇄조항을 못 넘는 정당 득표는 사표가 되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소수 정당 간 합당을 통해 몸집을 키우라고 요구해왔다.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를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반네타냐후 연대를 앞세워 흥행몰이 중인 야권도 물밑에선 복잡한 주도권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반네타냐후로 분류되는 야권은 크게 아이젠코트 야샤르 대표와 나프탈리 베네트·야이르 라피드의 베야하드(함께) 두 축으로 나뉘어있다. 양측은 지난해 출범 이후 꾸준히 연정 논의를 이어왔으나 여태껏 타협에 이르지 못했다. 야샤르당은 오는 7일, 베야하드는 6일 밤 정당 명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이젠코트 대표는 “모든 이들과 대화하고 있다”며 “향후 3~4일 동안 더 많은 놀라운 일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일간 하레츠는 이날 “논의됐다가 무산된 두 정당의 합병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며 “두 정당의 공동 명단은 리쿠드당을 포함한 다른 어떤 정당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50일 앞으로 다가온 이스라엘 총선에서 미국과의 외교 관계가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월 미·이란 전쟁이 시작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갔다. 최근 미국의 전쟁 기조 변경 이후 두드러진 정상 간 교류는 없었다.
다만 이날 보도된 미국의 전후 중동 계획은 이스라엘 집권 세력의 정책 기조와는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중동 내 관계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전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가자지구 문제 해결, 이스라엘·시리아 안보협정 체결, 이스라엘·레바논 협정 이행 등이 중점적으로 거론됐다고 전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10월 27일 선거 이후 구성될 새 이스라엘 정부가 전후 전략에 협력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총선을 앞두고 가자지구·서안지구 등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연일 벌어지는 정착촌 확장 등 극우적 행태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미국 측에서 나왔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이날 서안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들을 만나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이들을 향한 공격을 주도하는 이스라엘 극우 정착민들을 “테러리스트”라 불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허커비 대사는 팔레스타인 거주민의 집 근처에 출몰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