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3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의사당 앞에서 스트라토스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데이터센터 반대자들은 뒤처지고 가난해지길 원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인공지능(AI)은 악마적이다.”(J D 밴스 미 부통령)
불과 며칠 사이 트럼프 미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AI에 관한 상반된 발언을 쏟아냈다. AI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최전선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AI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최근 한 기독교 복음주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AI에 대한 우려를 털어놨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지인이 부부 문제를 생성형 AI 챗봇에 상담한 사례를 거론하면서 AI가 “악마적”(demonic)이라고 말했다. AI가 건전한 조언 대신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을 정당화해줬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AI 장례식’을 언급하며 “영적으로 어두운 에너지가 느껴진다. 나를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고도 했다. 지난해 AI 개발사 앤트로픽의 구형 AI 모델이 서비스를 공식 종료하자 일부 개발자와 팬들이 모여 추모 행사를 열었는데 이를 언급한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해당 인터뷰가 공개되기 불과 몇 시간 전 그가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여론이 과장됐다고 일축했다는 점이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건설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데이터센터 건설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차세대 경제 성장 동력이자 중국을 견제할 무기로 삼은 트럼프 행정부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가 고용 유발 효과는 미미한 반면 전력·물 소모는 많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미 전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11월 중간 선거 판도를 바꿀 뇌관으로 떠오르며 공화당이 ‘태세 전환’할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자들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트루스소셜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데이터센터)를 죽인다면 그 책임은 여러분 자신에게 있다”며 “중국은 이런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WSJ는 AI를 두고 튀어나온 상반된 반응이 트럼프 행정부가 빠진 곤경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는 막대한 가능성과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딜레마에 놓여있다”면서 “AI를 ‘인간 번영’의 엔진으로 삼으면서도 기술이 가져올 영적 영향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의 ‘엇박자’가 차기 대권 주자인 밴스 부통령의 입지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CNN은 그가 2028년 차기 미 대선의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꼽힌다는 점을 짚으면서 “밴스가 보다 신중하게 절제된 톤으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은 데이터센터 문제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민감한지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