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대규모 주 52시간 법적근로시간 위반 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근로감독관 즉시 착수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1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날 4개 자회사와 원·하청 단체협약을 최종 체결했다. 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이 첫 결실을 맺었다”며 “대화와 상생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조기 타결이 가능했던 이유는, 임금이 아닌 산업안전으로 교섭 의제를 좁혔기 때문이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산업안전 의제로 국한했다. 중노위는 현대제철의 4개 자회사 소속 노조와 사내 협력업체 노조가 별도로 교섭하라며,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했다. 이후 현대제철과 자회사 노사는 4차례 교섭을 거쳐 자회사의 산업안전·보건 관리체계 개선 방안 등에 최종 합의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많아질지는 미지수다. 현장에선 여전히 교섭을 피하려는 원청과, 교섭 의제를 넓히려는 하청이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해 실제 교섭이 이뤄진 곳은 전체 460곳 중 122곳(26.5%)에 불과하다. 중노위나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다고 끝이 아니다. 한화오션처럼 법원에 최종 판단을 구하겠다며 소송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개정 노조법상 쟁의대상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도 노사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노동부는 지난 3일 시행지침을 통해 공장 신설·이전과 같은 사업경영상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구조조정이나 인력 배치 전환 계획이 구체화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했다.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지는 시점에 교섭을 요구하면 된다는 건데, 해당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를 두고 분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침상 ‘영업이익 N% 성과급’은 쟁의대상이 아니지만, 영업이익을 고려해 기본급 인상률을 대폭 늘리라고 요구할 순 있다. 포스코노조는 ‘기본급 600% 규모의 격려금’을 요구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 9일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노조 측이 요구하는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임금 인상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조8000억원)의 약 80%에 해당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 노조도 전날 임금 동결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다. 네이버 출범 후 그룹사 노조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동부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인지와 관련해 두 차례 지침을 냈지만, 여전히 경영권과 노동3권 사이의 균형점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며 “일관된 해석을 할 수 있는 틀거리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만큼 현장 혼란이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