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달러당 엔화가 164엔대까지 치솟았던 엔·달러 환율이 최근 빠르게 하락해 엔화 강세가 이어지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다음주 추가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미국·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 등으로 엔화 매수세가 커진 영향이다. 엔화 강세가 이어져 해외에 투자된 엔화 자금의 회수가 본격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과거와 같은 급격한 청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10일 엔·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02% 오른 153.546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8일 장중 한때 152엔대까지 떨어지며 지난 2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7월 말 164엔까지 오르며 약 40년 만에 가장 약세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롤러코스터’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를 최근 엔화 강세의 주된 배경으로 꼽는다. 일본은행이 오는 18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더해 총 연내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1.0%로 인상했다.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한 미국·일본의 외환시장 공조 개입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 7~8월 15조4000억엔 규모를 외환시장에 투입했다. 미국 역시 엔화 매수에 동참하며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8일 미국 텍사스주 서던메소디스트대(SMU) 행사에서 “일본이 무엇을 할지 매우 잘 알고 있다”며 “나에게 맞서 (엔화 약세에) 베팅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보라”라고도 말했다.
엔화강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엔화 조달 비용이 커지고 엔화 가치까지 상승하면 그간 빌린 자금을 갚는 비용도 커져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에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채권 등을 팔고 엔화를 사서 빚을 갚는 청산에 나설 수 있다.
앤 케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나면 국내 금융시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내 주식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 증시 하방 압력이 커지고 한국 국고채 등 시장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로 원화 역시 약세 압력에 놓일 수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7.72포인트(0.25%) 내린 7033.9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3.1원 오른 1339.2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는 2024년 8월 엔 캐리 청산 우려 당시를 상기시킨다”며 “급격한 엔화 강세와 금리 상승은 미국 기술주들에게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고 국내 주식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청산은 아니어도 서서히 일본계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갈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금리 상승으로 자국 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 해외로 나간 자금이 서서히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2024년과 같은 급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24년과 달리 이미 예고된 ‘리스크’라는 점과 미국 증시와 경제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우려하는 급격한 청산은 엔 캐리 투자 대상이 되는 자산(미국 주식 등) 가격에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하며 글로벌 투자자를 중심으로 연쇄적인 청산의 사이클이 형성돼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