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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만 협상’ 옛말…AI·로봇도 테이블

新노조 리스크 5대 쟁점
정년 연장·주 4.5일·원하청 ‘줄교섭’

지난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법) 시행 이후 반년이 지난 데다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분출하며 산업 현장에서는 새로운 노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쟁점은 크게 5가지다. ▲성과급 ▲정년 연장 ▲인공지능(AI)과 로봇 전환 ▲근로시간 단축 ▲원·하청 교섭 등이다. 각각의 리스크를 살펴봤다.

 지난해 1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종오 진보당 의원,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65세 법정 정년 연장 입법의 연내 통과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해 1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종오 진보당 의원,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65세 법정 정년 연장 입법의 연내 통과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매경DB)① 성과급

‘영업이익 N%’ 뉴노멀

올해 기업 노사 협상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영업이익 N%’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확정한 이후 비슷한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카카오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13~14% 수준을 성과급으로 책정하자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20%, LG유플러스 노조는 30% 수준을 제시했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 기아와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수준을 성과로 나누자는 안을 내놨다.

이 같은 노조 요구가 반영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반도체(DS) 부문에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지급률 상한도 없앴다. 다만 세후 성과급은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고 3분의 1만 즉시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는 각각 1년과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성과급 규모뿐 아니라 지급 형태까지 성과급 협상의 핵심 변수가 됐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 8월 임금을 6.3% 인상하고 PS의 40%를 현금, 나머지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전임직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반대 7535표, 찬성 7510표가 나와 불과 25표 차로 부결됐다. 임금 인상률보다 성과급을 현금으로 받을지 주식으로 받을지가 표심을 갈랐다.

현대차 사례에서는 또 다른 결과가 나왔다.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협상을 벌였고 결국 60시간 파업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최종 합의안에는 ‘순이익 30%’ 대신 경영성과금 400%에 1270만원 추가 지급과 주식 15주 등이 담겼다.

성과급은 기업 실적에 따라 금액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기본급과 성격이 다르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공식으로 정하면 임직원 입장에서는 보상 기준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진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호황기 벌어들인 현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설비투자, 인수합병(M&A) 등에 쓸 돈과 성과급 재원이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과급이 임금·단체협약 핵심 의제로 떠오르며 법적 논쟁도 커진다. 경영성과급을 반드시 교섭해야 하는 근로조건으로 봐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올해 1월 대법원은 당기순이익 달성을 전제로 지급한 기업의 특별성과급을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며 평균임금 산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회사 실적에는 근로자 노력뿐 아니라 시장 상황과 자본, 경영 판단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임금에 해당하는지’와 ‘노사가 교섭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은 노동쟁의 범위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을 추가했다. 경영계는 경영 성과 배분은 경영 판단에 속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성과급 역시 근로자 대우와 직접 관련된 사안이라고 맞선다.

아직 법원과 노동위원회 판단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만큼 성과급을 둘러싼 분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로 고정하면 기업 경영과 보상체계가 경직될 수 있다”며 “성과와 책임을 함께 공유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② 정년 연장

“65세까지” vs “청년은 어디로”

성과급 못지않은 노사 갈등 뇌관은 정년 연장이다. 현행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를 65세로 높이는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가 가장 앞세우는 논리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점차 늦춰진다.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가 돼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정 정년은 60세에 묶여 있다. 직장을 그만둔 뒤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최대 5년가량 근로소득이 끊길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60세가 되는 1966년생 역시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약 4년의 소득 공백을 겪게 된다.

이에 기업 현장에서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가 크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대표적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법제화 즉시 임금피크제 확대 없는 정년 연장 시행’에 합의했다. 지난 8월 31일 조합원 투표에서도 잠정합의안이 62% 가까운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 합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임금피크제 때문이다. 현대차 생산직 일반사원은 현재 만 59세에 기본급을 동결하고 만 60세에는 기본급을 10% 삭감한다. 법정 정년이 65세로 늘어난 뒤에도 현행 임금피크제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61~63세까지 기존 임금·호봉 상승 구조가 이어지고, 임금 조정 시점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65세 정년을 가정하면 64세 기본급 동결, 65세 10% 삭감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년 연장을 둘러싸고 노사가 우려하는 부분은 분명하다. 노조는 정년을 늘리고 임금을 크게 깎는다면 실질적인 정년 연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업은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고임금 고령자의 근속 기간이 길어지면 인건비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행 고령자고용법도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장에서 노사가 임금 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청년 일자리다. 한국은행이 60세 정년 의무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정년 연장으로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노조가 있는 대기업처럼 정년 연장에 따른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가 컸던 사업장에서 청년 고용 감소 효과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 역시 2016년 60세 정년 의무화 이후 청년 고용이 약 17%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에 노동계는 고령층이 자리를 지키면 청년 한 명이 밀려나는 단순한 ‘제로섬’ 구조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숙련 인력을 오래 활용하고 고령층 소득을 유지하면 소비와 경제활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이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8%가 단계적인 65세 정년 연장에 찬성했다.

쟁점은 나이뿐 아니다. 정년을 늘리며 임금을 어떻게 조정할지, 기존 직무를 그대로 유지할지,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병행할지 등 복합적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기업에는 늘어난 인건비와 신규 채용을 동시에 감당할 방법이 필요하고, 노동자에게는 임금을 크게 깎지 않으며 연금 수급까지 소득 공백을 메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년이 연장되면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에 청년이 취업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청년 채용 대책을 정년 연장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지난 8월 21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자동차 업종 공동파업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금속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지난 8월 21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자동차 업종 공동파업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③ AI·로봇 전환

로봇 들이는 것도 노조와 협상?

최근 노사 협상 테이블에 AI와 로봇이 올라왔다. 과거 노사 갈등이 임금·근로시간·복지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성과급 지급 방식부터 정년, AI, 로봇, 고용까지 ‘전선’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피지컬 AI·로보틱스 도입과 고용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현대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생산 현장 도입에 속도를 내자 노조가 고용 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단 급한 불씨는 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월 25일 마련한 잠정합의안에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이 기업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했다. 대신 회사는 신사업·신기술 진행 경과를 노조와 공유하고 미래 산업 전환에 노사가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AI·로봇 도입과 기술 투자가 노사 협상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공장에 로봇을 몇 대 들일지, 어떤 업무를 AI로 대체할지, 자동화 설비에 얼마를 투자할지는 전통적으로 경영진의 의사결정 영역이었다. 그러나 AI와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며 노동 문제로 번지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경계는 더 모호해졌다. 개정 노조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넓혔다. 구조조정이나 사업장 이전뿐 아니라 AI·자동화 도입도 고용과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면 노사 분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앞으로 논란은 ‘AI와 로봇 기술을 도입할 때 노조 동의를 어디까지 받아야 하느냐’로 옮겨갈 전망이다. 특히 생산라인 자동화가 빠른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 업종에선 비슷한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몇 달 사이에도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분야”라며 “신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노조와 장기간 협상을 거쳐야 한다면 글로벌 기업과의 속도전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④ 근로시간 단축

“월급 삭감은 안 돼”…누가 비용 내나

주 4.5일제도 노사 관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난 8월 실시한 쟁의행위(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투표자 6만8878명 중 96.1%가 찬성표를 던졌다.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다. 이 밖에도 임금 6% 인상과 국책은행 지방 이전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근로시간 단축에 힘을 싣는다. 올해 시작한 ‘워라밸+4.5 프로젝트’에는 6월 말 기준 224개 기업이 참여해 연간 목표 220곳을 반년 만에 넘어섰다. 임금 감소 없이 주 4.5일제 등 근로시간을 줄인 기업에 정부가 장려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근로시간을 줄이며 임금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가다. 생산성 향상이 수반되지 않은 채 근로시간이 줄면 기업은 추가 인력을 채용하거나 초과근로를 늘려야 한다. 특히 제조업, 외식·유통업과 같이 현장직이 많은 업종은 부담이 더 크다.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 기업에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60만원을 지원하는 것도 기업의 비용 증가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교대제 사업장은 더 어렵다. 24시간 공장을 돌리는 기업에서 근로자 한 명의 근로시간을 10% 줄이면 그 공백을 누군가는 채워야 한다. 신규 채용으로 메우면 인건비가 늘고 기존 인력의 연장근로로 메우면 근로시간 단축 취지가 무색해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자동화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금융·IT 기업은 근로시간을 줄이고도 생산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중소 제조업이나 자영업은 생산성 향상 수단이 마땅치 않다.

우리나라의 낮은 노동생산성은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5.2달러에 그쳤다(2024년 기준). 미국(100.1달러), 독일(91.2달러), 프랑스(82.9달러), 영국(77.3달러), 캐나다(70.3달러), 일본(59.4달러) 등 G7 국가에 못 미친다.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메가특구에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를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립각을 세울 만큼 첨예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소득 상위 3%인 관리자와 연구개발자에게 주 52시간 근로 상한을 없애고,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 대신 일반 수당을 적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을 논의 중이다. 정산 기간에 총근로시간이 한도를 넘지 않으면 특정 기간에 몰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6개월(26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메가특구도 예외가 돼선 안 된다며 반발한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규제는 경쟁국에 비해 매우 경직적”이라며 “속도가 경쟁력인 우리 기업들이 연구개발(R&D)이나 납기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가능한 사업의 범위가 줄고 결국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⑤ 원·하청 교섭

“진짜 사장 누구냐”부터 소송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할 수 있게 돼 기업의 ‘줄교섭’ 부담도 커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은 지난 8월 말 기준 456곳이다. 이 가운데 실제 노사가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은 곳은 102곳에 그쳤다. 10곳 중 2곳 꼴이다. 나머지 사업장은 ‘누가 사용자인가’부터 이견이 있어 교섭 시작도 못하고 있다.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의 경계가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 자동차, 건설, 철강처럼 협력 업체가 많은 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대형 조선소나 제철소에는 수십, 수백개 협력 업체가 들어와 일한다. 자동차 업계 역시 생산·물류·부품 등 복잡한 도급 구조를 갖고 있다. 원청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될 경우 원청 기업은 기존 자사 노조뿐 아니라 여러 하청 업체 노조와 동시에 교섭해야 할 수 있다.

실제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부터 한화오션과 포스코 등은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 플랜트건설노조는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총파업까지 추진했다. 지난 8월에는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가 “원청이 사용자성을 부정하며 교섭을 회피한다”며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더 복잡한 문제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모든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산업안전에 대해서는 원청의 지배력을 인정하며 임금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같은 회사, 같은 하청노조라도 교섭 의제에 따라 사용자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협력 업체 100곳 가운데 여러 곳에 노조가 생겨 각각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다면 기업은 누구와, 어떤 의제를, 어느 범위까지 협상해야 할지부터 따져야 한다. 교섭 자체보다 교섭 상대와 범위를 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다수 하청 업체와 계약 관계인 대기업이나 도급 활용 비율이 높은 조선·건설업 등 주력 산업에서 노조의 상시적인 교섭 요구로 많은 혼란과 분쟁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노조 리스크, 주가는 어떻게 반응했나

당일엔 무덤덤…갈등 길어질수록 부담 키워

노조 리스크는 기업 주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올해 주요 상장사 사례를 살펴본 결과, 노조 요구안이 공개된 당일보다 교섭이 장기화하거나 실제 파업 가능성이 커진 이후 주가 부담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SK하이닉스·현대차·기아·포스코홀딩스·HD현대중공업·네이버·카카오·한화오션 등 10개 기업의 노사 갈등을 ‘요구안·갈등 최초 공개’ ‘파업권 확보·교섭 결렬’ ‘실제 파업 또는 타결’ 등 3단계로 나눠 분석한 결과다. 해당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표본 기업의 평균 수익률과 비교해 시장 공통 요인을 일부 제거한 초과수익률을 계산했다.

노사 갈등 최초 발생 시점에는 대체로 주가 영향이 크지 않았다. ‘요구안·갈등 공개’ 당일 평균 초과수익률은 마이너스(-) 1%에 불과했다. 5거래일 뒤에도 -1% 수준이었다. 그러나 노사 갈등이 발생한 후 20거래일까지 기간을 늘리면 평균 –2.7%로 주가가 부진했다. ‘파업권 확보·교섭 결렬’ 단계에서는 하락폭이 더 컸다. 이벤트 발생 후 20거래일 평균 초과수익률이 -6.3%로 나타났다. 특정일보다 갈등이 이어지는 한 달 동안 주가에 부담이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파업과 타결’이 갈린 단계에서는 결과에 따른 기업별 차이가 크다. 현대차는 7월 13일 첫 부분파업 이후 5거래일 초과수익률이 -8.6%, 20거래일 뒤에는 -11.7%를 기록했다. 반면 총파업 직전 잠정합의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합의 이후 20거래일 초과수익률이 20.2%에 달했다.

업종별 차이도 뚜렷하다.

한화오션은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권을 확보한 이후 5거래일 초과수익률이 -16.2%로 크게 떨어졌다. 조선업은 파업이 납기 지연과 생산 차질로 직접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노조 리스크에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노조 리스크는 협상이 장기화하고 파업 가능성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특히 교섭 결렬이나 파업권 확보처럼 생산 차질 가능성이 구체화되는 단계에서 상대수익률이 더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 파업이나 타결 이후에는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낙폭을 만회하는 흐름도 나타난다”며 “투자자는 노조 이슈 자체보다 갈등의 지속 기간과 실제 비용 발생 가능성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6호(2026.09.09~09.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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