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선, 장모에 1.7억-강신철 장남 이모부에 2.1억 빌려
세법상 2억1700만원까지 증여세 안내…무이자 ‘가족찬스’
姜후보자 본인-부친에 형-고모까지 ‘철거민 특공’
김승원 ‘아내 조합’-용혜인 ‘정치자금 기부’도 논란
(왼쪽부터)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재명 정부 2기 내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가족 간 금전 거래와 부동산 특별공급, 회사·정당을 활용한 절세·특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부모나 친척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 부동산 구입 등에 활용하는 방식은 과거 청문회마다 도마에 오른 단골이었다. 이번에는 일반 국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철거민 특공과 사회적협동조합 운영, 정당 기부 사례까지 등장하며 후보자들의 재산 형성과 제도 활용 방식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2억1700만 원까지 무이자 ‘가족 찬스’
11일 국회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가족에게 돈을 빌려 부동산 거래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장남은 올해 6월 30일 7억 원대 경기 성남시 분당 양지마을의 아파트 상가를 사면서 이모부에게 2억1550만 원을 무이자로, 이모에게 5억 원을 빌렸다. 계약금 7000만 원만 본인 돈으로 치렀다. 그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성남시가 재건축 사업시행자를 지정하면서 강 후보자의 아들은 아파트 재건축 분양권 막차를 타게 됐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는 장모에게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2억2310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줘 증여세 논란이 불거졌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장모에게 1억7000만 원을 빌려 아파트를 산 뒤 이자소득세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족 간 대여가 자주 활용되는 건 무이자로 자금을 손쉽게 빌릴 수 있는 구조 탓이다. 가족에게 돈을 빌려 이자를 내지 않으면 그만큼을 증여로 보지만, 이 금액이 연 1000만 원 미만이면 별도의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 세법상 적정 이자율 연 4.6%를 적용하면 약 2억1700만 원까지는 무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셈이다. 이점옥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세무사는 “가족 간 대여로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2억1700만 원 안팎을 무이자로 빌리려는 상담 사례가 상당히 많다”며 “증여로 의심받는 것을 피하려고 한도 이하 금액에도 일부러 이자를 정해 주고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족법인을 활용하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가족이 지분을 가진 법인에 돈을 빌려줄 경우 지분 구조에 따라 20억 원 안팎까지 무이자 대여가 가능하다. 가족을 주주로 두고 배당소득을 나눠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담을 낮추는 방식도 활용된다.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일가도 가족회사에서 2024년 3억7400만 원의 배당을 받은 사실이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가족 간 대여 자체를 편법으로 볼 수는 없다. 조기환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사는 “실제로 돈을 빌리고 원금을 제대로 갚는다면 정상적인 절세로 볼 수 있다”면서도 “상환 의사 없이 형식만 대여로 속였다면 편법 증여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청문회에서도 가족에게 빌려준 돈을 장기간 돌려받지 않은 사례가 논란이 됐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2016년 남동생에게 아파트 매입 자금 2억4500만 원을 차용증 없이 빌려준 것이 드러났다.
● 일가족 철거민 특공에 회사-정당 찬스까지
이번 청문회에서는 상대적으로 보기 드문 사례도 등장했다. 강 후보자와 부친 등이 서울 구로구 천왕동 철거 예정 주택으로 주소를 옮기고 세대를 분리한 뒤 각각 철거민 특공 자격을 얻었다. 강 후보자가 철거민 특공으로 5억 원대에 분양받은 서울 서초구 아파트의 현 시세는 20억 원을 웃돈다. 강 후보자의 형과 고모까지 일가족 4명이 철거민 특공 자격을 취득해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후보자 측은 정상적인 철거민 보상 대상이었다고 해명했다.
회사·정당을 활용한 사례도 나왔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정부 바우처로 4년간 8억8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배우자와 자녀는 조합에서 4년간 3억3000만 원을 급여로 타갔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나눠 받아 4대 보험료를 줄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소속 기본소득당에 5년간 1억9000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해 근로소득세 3600만 원을 감면받았다.
다만 이런 회사·정당 활용 방식은 일반적인 절세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나눠도 결국 합산 과세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당이나 공익법인에 기부해 돌려받는 세금도 실제 기부액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직자는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며 “특히 장관 후보자라면 경제 활동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