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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美국채 금리… 트럼프 5000달러 공약이 기름 부었다

중동발 고유가에 차입 비용 급증
재정 부담 우려에 매도세 강해져
증시 하락·경제성장 둔화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미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댈러스=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미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댈러스=AP 뉴시스

중동 전쟁발(發) 유가 급등으로 불붙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건 1인당 5,000달러(약 670만 원) 규모의 사실상 매표(買票) 공약이 기름을 부었다.

선거 표값 1350조 원



10일(현지시간)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08%포인트(p) 오른 5.37%를 기록하며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금리의 기준(벤치마크)인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도 0.11%p 상승으로 4.95%까지 치솟으며 약 3년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5%선 돌파를 코앞에 뒀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회사채 발행 기업의 조달 금리를 결정짓는 기준일 뿐만 아니라 미국 주택담보대출이나 학자금 대출 등의 금리를 산정할 때도 큰 영향을 미친다. 통화 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미국 국채 금리 역시 0.16%p나 뛰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인 4.58%가 됐다.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 급증에는 여러 요인이 맞물렸다. 핵심 배경은 배럴당 100달러대로 올라선 국제 유가다. 중동의 긴장이 장기화하리라는 전망 속에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5달러 안팎에서 등락 중이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00달러 벽을 뚫었다.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 연안 도시 모카를 접수하며 원유 수송 병목 중 하나인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해협도 장악하기 직전이란 보도가 특히 폭등을 부추겼다.

이날 발표된 8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유가 고공 행진의 결과다. 전월 대비 상승률(0.4%)이 7월(0.1%)보다 확대됐는데, 한 달 새 4.2% 솟구친 에너지 가격이 이를 견인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고물가)이 자극되리라는 우려와 15,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모른다는 경계심이 한층 커졌다.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날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도 국채 금리 상승 원인으로 작용했다. 잔존 만기 10~20년물 바이백 한도 60억 달러(약 8조 원)에 미달하는 51억8,700만 달러(약 7조 원)어치만 사들였는데, 소극적 매수를 했다는 평가에 실망 매물이 나왔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이 승리하면 성인 미국 시민에게 1인당 5,000달러씩 나눠 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은 기름을 부었다. 전날 공화당 전당대회 때 제시한 해당 약속을 이행하려면 적어도 1조 달러(약 1,350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40조 달러(약 5경4,000조 원)를 웃도는 미국 국가부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약 1조 달러를 추가로 빌려 가게를 지원하는 것은 경기를 과열시키고 재정과 금리, 물가에 악영향을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개월간 지속된 국채 매도세가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투자자 유출로 증시가 교란되고 소비자·기업의 차입 비용 상승이 경제 성장 둔화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집권 공화당서도 비판

3일 매물로 나온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택 앞에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경제 전반의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3일 매물로 나온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택 앞에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경제 전반의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공화당 내에서마저 반발이 일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배당금 지급안이 물가 상승을 조장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랄프 노먼 연방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해당 구상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폄하했다. “현금 지급 여부를 하원 다수당 유지와 연계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도 모르겠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당금 지급 약속 이행 재원으로 관세 수입을 거론했다. 그는 이날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는 “우리는 21조 달러(약 2경8,000조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며 “관세 덕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21조 달러는 미국 정부의 관세 수입액이 아니라 관세 인하의 반대급부로 유입되리라 예상되는 대미 투자금 총액과 유사하다. 폭스는 연간 2,000억 달러(약 270조 원) 안팎인 관세 수입이 공약 이행에 충분하지 않다고 논평했다.

국채 금리 급등은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중동 분쟁이 계속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며 3대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ECB의 정책 금리 인상은 올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뒤 두 번째다. 이에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2011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인 3.49%로 치솟았다.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36%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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