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규모·안전 넘어 투자액 회수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 구축 필요
지속가능하도록 재투자 이어져야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이 1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2026 울산포럼’ 클로징 세션에서 인공지능(AI) 시대 속 울산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SK그룹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전 세계적으로 과열 양상을 띠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대해 “AI가 스스로 이익을 창출하고 다시 투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구조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은 기업들이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할 경우 AI 생태계 전반이 거품처럼 꺼질 수 있다는 냉정한 진단이다.최 회장은 1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2026 울산포럼’에 참석해 “AI가 과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많은 리소스(자원)를 투입하고도 리턴(수익)이 없으면 AI 흥행이 버블(거품)처럼 꺼질 수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AI 사업에 투자한 모든 것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금융그룹 JP모건에 따르면 글로벌 5대 빅테크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는 7910억 달러(약 1063조 원), 내년에는 1조 달러(약 134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시장과 업계를 중심으로 ‘AI 거품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빅테크의 차입 의존도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빅테크 5개사의 회사채 발행액은 1691억 5000만 달러(약 227조 원)로 설비투자액 대비 비중이 51.3%까지 치솟았다. 내부 재원만으로 투자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빅테크들이 빚을 늘려가며 AI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AI는 어지간한 투자 계획보다 10배·100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며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 만큼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사업화가 돼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AI 산업의 핵심 화두로 속도(Speed), 규모(Scale), 안전(Safety) 등 ‘3S’를 제시해왔으나 최근에는 여기에 ‘비즈니스 모델’과 ‘지속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조업의 AI 전환(AX)을 위한 해법으로는 ‘데이터 플랫폼’의 선제적 구축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제조 AI는 규모 있는 데이터 플랫폼이 없다면 쉽지 않다”며 “데이터를 모으고, 필요한 데이터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대한민국의 문제이며 이것이 선행돼야 제조 AI의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이 울산에서 추진 중인 AI 데이터센터 구축 현황도 공개했다. SK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 7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최 회장은 “빅테크 기업을 만나 꽤 많은 진척을 이뤘다”며 당초 103㎿(메가와트)급으로 추진되던 사업에 900㎿가 추가돼 총 1GW(기가와트) 규모로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 회장은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의 비전과 관련해 “AI를 이용해 에너지 솔루션을 만들고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화 솔루션도 구축하고 있다”며 “많은 글로벌 파트너 및 투자 계획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산업의 성패가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달린 만큼 에너지 계열사를 통해 전력 인프라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는 분석이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1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2026 울산포럼’과 연계해 열린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 내 전시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SK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