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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다 됐는데…출구 전략 못 찾는 석유 최고가격제

'물가 방파제' 역할했지만…유가 급등에 장기화 불가피

12일까지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중동전 격화에 최고가 인상 검토

정부-정유사 원가 기준 달라
손실보전 1차 정산도 못해
석유제품 수출 통제 부작용도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직후 정부가 물가 급등을 막기 위해 도입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13일로 시행 6개월을 맞았다. 주유소 기름값을 통제해 소비자물가지수가 3% 중반까지 치솟는 것을 막았지만 유가가 최근 또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제도 연장과 최고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급격히 불어나는데 정유사 손실 보전은 손실액 산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1차 정산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물가 3%로 막은 최고가격제 연합뉴스 연합뉴스
업계 안팎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0시 시행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9월 12일 밤 12시로 애초 고지한 6개월 시한을 채웠다. 도입 당시 한시적 비상조치로 출발했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여러 차례 중단 방침을 밝혔지만 좀처럼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재차 격화하면서 배럴당 60달러대까지 내려갔던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11일 114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최고가격제는 서민의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물가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8월엔 3.1%를 나타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5%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냈다. 6~7월 물가상승률은 2개월 연속 2%대로 내려앉았지만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3%를 훌쩍 넘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경우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본격적인 통화 긴축에 들어간 한국은행이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데 애를 먹었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X(옛 트위터)를 통해 “국내 정제유는 최고가격제와 수출 물량 통제로 무리 없이 안정적인 가격과 공급 물량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물가 방파제 뒤편에서는 정유업계의 누적 손실이 한계치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편성한 4조2000억원 규모 목적예비비는 최고가격제를 약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는 전제로 책정한 재원이다. 정부는 이 예비비로 올해 2, 3분기 발생분을 정산해 지급하고 잔액은 불용 처리해 국고에 반납한다는 방침이다.

제도가 연장될 경우 발생할 4분기 손실분은 내년도 산업부 본예산 사업비에 약 1조5000억원을 따로 배정해 뒀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석유제품 가격(MOPS)과 국내 최고가격 간 격차를 기준으로 산정한 누적 손실액이 6월 이미 5조원대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손실보상 범위 등 이견정부는 애초 6월 말, 9월 말, 11월 말 세 차례로 나눠 분기별 손실을 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실보상 대상 물량 범위와 원가 기준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유사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1차 정산(3월 13일~6월 30일 발생분)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유사 간 견해차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주유소 공급분이 대표적이다. 알뜰주유소에 대량 납품한 정유사들은 월평균 국제시세(MOPS)와 최초 공급가격의 차액을 돌려받는 사후정산금을 최고가격제 때문에 받지 못했으니 손실로 인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알뜰주유소 공급 비중이 작은 정유사들은 반대하고 있다.

정유사별로 제각각인 재고 평가 방식 등에 따른 원가 편차가 수천억원씩 벌어지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내수 물량을 지키기 위해 최고가격제와 함께 시행 중인 ‘석유제품 수출통제’의 부작용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한국산 정제유 수입 비중이 높은 아시아·태평양 주요국은 공급 불안을 이유로 대체 수입처를 물색 중이다. 한국이 중동산 원유 비중을 낮추려고 하는 것처럼 한국에서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국가들은 한국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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