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새 계좌당 118만원 증가
평균금리 2021년보다 1.7%P 높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에 대출창구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재훈 기자]은행권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6조원 넘게 늘어 7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좌 수는 사실상 제자리인데 계좌당 대출 잔액이 빠르게 증가했다.대출 잔액은 코로나19 이후 저금리와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 말 수준까지 늘었는데, 금리는 당시보다 크게 높아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국내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69조72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3조6409억원보다 6조874억원(9.6%) 증가했다. 은행이 승인한 대출 한도가 아니라 차주들이 실제로 빌려 쓴 금액이다.
반면 같은 기간 마이너스통장 계좌 수는 486만9319개에서 489만3636개로 2만4317개(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계좌 수 증가율은 1%에도 못 미쳤지만 대출 잔액은 1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대출 잔액을 해지되지 않은 유효 계좌 수로 나눈 계좌당 잔액은 지난해 말 약 1307만원에서 올해 7월 말 1425만원으로 늘었다. 7개월 만에 계좌당 평균 차입액이 118만원(9.0%)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는 4~7월에 집중됐다. 이 기간 증가액은 5조7827억원으로 올해 들어 7월까지 전체 증가액의 95.0%를 차지했다. 특히 국내 증시가 가파른 조정을 받은 7월에도 잔액은 1조1496억원 늘었다. 한 달 동안 계좌 수는 약 0.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잔액은 1.7% 불었다.
올해 7월 말 잔액은 과거 분기 말과 비교하면 2021년 말 70조1814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2021년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개인 투자자의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던 시기다. 이른바 ‘동학개미’가 증시의 주요 매수 주체로 부상하면서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넘어섰다.
최근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 역시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신용대출과 보험약관대출 등 금융권 기타 대출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 시내의 5대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스1]문제는 현재 돈을 빌리는 비용이 2021년 말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이다.은행별 대출 잔액에 가중치를 적용한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는 2021년 말 연 3.94%에서 올해 7월 말 5.64%로 1.70%포인트 높아졌다. 대출 규모는 2021년 말 수준에 육박했지만 금리는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연 3.71%에서 5.16%, 우리은행은 3.74%에서 5.44%로 상승했다. 카카오뱅크도 4.25%에서 6.42%로 올랐다.
여기에 6월 하순 이후 증시 조정 과정에서 차입 투자 포지션이 빠르게 청산되면서 마이너스통장 등으로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의 상환 여력이 약화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단순히 대출 총량만 관리하기보다 가계의 자금 사정과 대출 의존도 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계좌 수는 그대로인데 대출 잔액만 대폭 늘었다는 것은 가계 급전 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민생의 현금 흐름은 악화하는데 대출 숫자만 관리하는 정책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