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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이면 안도, 두 번이면 충격’…연준 인상론에 한은도 3.5% 경고

WTI 100달러 돌파·근원물가 반등…9월 인상 확률 87%로 치솟아

증권가 “연내 1~2회 인상”…최악 땐 美 최종금리 4.50%

증시 향방은 인상 자체보다 속도·간격…연속 인상 땐 밸류에이션 직격탄

연준 긴축 재개 땐 한은도 비상…11월 인상·최종금리 3.50% 전망

고금리 장기화 앞둔 글로벌 자산시장…채권 흔들리고 종목장세 짙어진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잠잠해진 줄 알았던 '금리 괴물'이 국제유가와 함께 돌아왔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미국의 근원물가마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금리를 올릴지 여부가 아니라 몇 차례, 얼마나 빠르게 올릴지로 이동하고 있다. 한 차례 선제적 인상에 그치면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연속 인상이 예고될 경우 글로벌 증시와 채권시장이 또 한 번의 '금리 쇼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4%,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상승했다. 헤드라인 지표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오르며 예상치와 전월치인 0.2%를 모두 웃돌았다.

최근 두 달 동안 물가를 끌어내렸던 에너지 가격도 반등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7월 마이너스 1.5%에서 8월 2.1%로 돌아섰고 휘발유 가격 상승률도 2.9%에서 3.9%로 확대됐다.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 상승률 역시 0.2%에서 0.3%로 높아졌다.

LS증권 박지빈 연구원은 "임대료와 근원 상품 가격의 상승폭 축소가 일부 완충 역할을 했지만 에너지와 서비스 물가가 함께 반등하면서 연준의 동결 근거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CPI 발표 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집계한 9월 금리인상 확률은 70%대 초반에서 87%까지 뛰었다.

물가 불안을 증폭시킨 결정적 변수는 국제유가다. 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역시 100달러 선 위로 올라섰다. 중동 전쟁이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이어지고 원유 수송 차질까지 겹칠 경우 고유가가 수개월간 미국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증권가의 기본 시나리오는 9월 0.25%p 인상이다. 다만 이후 경로를 두고는 '단발성 인상'과 '연내 두 차례 인상'으로 전망이 엇갈린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연준이 9월을 포함해 연내 두 차례 금리를 올려 정책금리를 연 4.00~4.25%로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고유가가 중간선거 이후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경우에는 한 차례 추가 인상까지 더해져 최종금리가 연 4.50%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안타증권도 기존 동결 전망을 9월과 12월 각각 0.25%p 인상으로 수정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동 불확실성과 유가 급등, 근원물가 재상승 가능성, 연준의 정책 신뢰도 부담을 전망 변경의 이유로 꼽았다. 다만 이번 인상 사이클은 두 차례 인상으로 마무리되고 최종금리는 연 4.00~4.25%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9월 한 차례 인상 후 상당 기간 동결하는 '1997년 그린스펀식 미세 조정'에 무게를 뒀다. 8월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미국 주요 통신사의 요금제 변경이라는 일회성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이유다.

NH투자증권 강승원·김민수 연구원은 통신비가 주거비 제외 근원 서비스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며 "일회성 요인이 제거된 이후 물가를 확인하기 전에 연속 인상을 예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9월 말 예정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바스켓 조정으로 과거 근원물가 경로가 0.1~0.2%p 낮아질 가능성도 단발 인상론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금리인상 그 자체보다 인상의 속도와 간격이다. 한 차례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뒤 물가를 지켜보겠다는 신호가 나오면 오히려 장기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될 수 있다. 반대로 연속적인 인상을 예고하면 고평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강한 8월 CPI가 9월 인상을 강제하면서 오히려 뒤늦은 연속 인상 가능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를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제 주식시장의 관심은 인상 여부가 아니라 속도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CPI 발표 이후 정책금리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상승했지만 30년물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연준이 물가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향후 더 큰 폭의 긴축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장기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사례도 인상 속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1.00%에서 5.25%로 높였지만 매번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했다. 반면 2022년에는 물가 대응이 늦어진 뒤 0.75%p 인상을 네 차례 연속 단행하면서 글로벌 증시 조정을 촉발했다.

연준이 실제 인상에 나서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한·미 금리 경로 차이가 원화 가치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은 한은이 11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고 내년 2월 또는 4월 최종금리 연 3.5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금리 상단 전망도 국고채 3년물 연 4.15%, 10년물 연 4.65%로 높였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에서 비교적 안정된 점은 충격을 흡수하는 요인이지만 연준의 연속 인상이 현실화하면 한은 역시 동결을 고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당분간 증시는 지수 전체가 일제히 오르기보다 금리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는 실적주 중심의 종목장세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익 증가율이 금리 상승 속도를 웃도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밸류체인은 연내 두 차례 인상만으로 성장 경로가 훼손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승부처는 0.25%p 인상 자체가 아니다. 점도표가 올해 추가 인상을 몇 차례 예고하는지, 내년 금리인하 가능성을 얼마나 열어두는지가 시장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짧고 얕은 인상'이 확인되면 긴축 불확실성이 정점을 통과할 수 있지만 '빠르고 연속적인 인상'이 제시되면 고유가발 금리 충격의 본게임이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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