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가압 장치가 필수적인 전고체 배터리의 압력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이 개발됐다. ChatGPT 생성 이미지'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강한 힘으로 눌러 전극과 전해질 접촉을 유지해야 작동해 무거운 가압 장치가 필수적이다. 포스텍 연구팀이 배터리 내부를 강하게 누르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는 초저압에서 반복 충·방전해도 안정적으로 구동하며 70% 이상의 성능을 유지했다.
포스텍은 박수진 화학과 교수팀과 조창신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팀이 함께 '맥신'과 실리콘, 은을 결합해 '박막 하이브리드 계면층'을 만들고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의 압력 의존성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맥신은 전기전도도가 매우 높은 2차원 신소재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지난달 15일 게재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불이 붙기 쉬운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성이 높고 저장 용량이 크다. '황화물' 고체 전해질은 성능이 특히 뛰어나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는다.
문제는 황화물 전고체 배터리의 전극과 전해질이 모두 고체라는 점이다. 고체 전극은 배터리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조금씩 변하면서 전해질과 맞닿아 있는 계면에 미세한 틈이 생긴다. 틈은 리튬 이온과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를 방해해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린다.
틈을 줄이려면 수십 기압에 달하는 강한 힘으로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눌러줘야 한다. 별도의 가압 장치가 필요해 배터리 무게와 부피가 커지고 상용화가 어렵다.
계면층의 구성과 계면층 유무에 따른 접촉 정도 비교. 포스텍 제공연구팀은 힘으로 누르는 대신 전극과 전해질 사이에 완충제를 삽입했다. 2~4마이크로미터(μm·100만분의 1미터) 두께의 얇은 계면층을 제작해 리튬 음극과 고체 전해질 사이에 끼워 넣었다.
계면층은 세가지 재료로 구성된다. 계면층의 뼈대 역할을 하는 맥신은 얇은 판이 겹겹이 쌓인 구조로 전극 부피가 변할 때 유연하게 휘어지며 계면에 틈이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
연구팀은 맥신에 더해 실리콘과 은을 씨앗처럼 심었다. 두 물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리튬의 성장을 조절한다. 실리콘은 계면층 안에서 위치를 유지하며 리튬이 모이는 거점 역할을 한다.
은은 리튬을 따라 함께 이동하며 새로운 리튬 성장 지점을 형성한다. 두 물질이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며 리튬이 특정 위치에 집중되지 않고 고르게 자라도록 조절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이 맥신-실리콘-은 계면층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를 시험한 결과 약 0.2메가파스칼(MPa) 압력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기존 실리콘 기반 전고체전지가 약 5MPa 압력에서만 구동된 것과 비교해 압력을 크게 낮췄다. 연구팀에 따르면 0.2MPa 수준에서 작동하는 전고체 배터리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되는 고에너지밀도 'NCM811' 양극을 적용한 배터리에서도 성능을 확인했다. 배터리는 초저압 조건에서 200회 충·방전한 뒤 초기 용량의 72.4%를 유지했다. 3x3센티미터제곱 크기의 파우치형 배터리 역시 같은 조건에서 200회 사용 후 초기 성능의 82.7%를 유지했다.
연구팀은 외부 가압 장치 사용 의존도를 낮추면 전고체 배터리 시스템의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실제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창신 교수는 "계면 자체 소재와 구조 설계를 통해 안정적인 전고체 배터리를 구현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002/aenm.71461
왼쪽부터 조창신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 홍정수 화학공학과 박사과정생, 박수진 화학과 교수, 송영진 삼성 SDI 연구원. 포스텍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