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브릭스 오픈소스 구역 신설" 미중 패권경쟁 가속
미 중간선거 뇌관 부상… 24일 미중 정상회담 분수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아일랜드 둔베그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DP 월드투어 아문젠 아일리시 오픈 현장을 찾아 우승자인 셰인 라우리(아일랜드)에게 트로피를 전달한 후 연설하고 있다. 둔베그=AP 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이 제안한 '인공지능(AI) 개발 속도 조절' 요구를 정면으로 일축했다. 대(對)중국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논리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AI 리스크'가 쟁점으로 부각하면서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AI 안전’ 담론이 오갈 수 있을지에 미 정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 순방 도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AI 분야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으며 솔직히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며 "AI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앤트로픽을 이끄는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블로그에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속도조절론을 주장했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이 분야를 선도하는 창업자와 전문가들이 잇따라 동의 의사를 나타낸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세력들이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들먹이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계하는 중국 역시 AI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신흥 경제국 협의체 브릭스(BRICS) 회원국을 대상으로 ‘AI 오픈소스 구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폐쇄적인 최첨단 프론티어 모델로 업계를 선도하는 미국이 우방국을 중심으로 AI·반도체 공급망을 연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픈웨이트(가중치 공개) 방식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중국은 신흥국·개도국을 중심으로 AI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공화 'AI 규제 완화' 민주 '통제 못하면 위험'
'AI 속도 조절론'은 미 정계의 정파적 의제로도 떠올랐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규제 완화 기조를 주도해온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AI고문은 엑스(X)를 통해 "다른 사람의 허락이 필요한 척하지 말라. 속도를 늦추고 싶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하면 될 일"이라며 사이버 안보 위험은 온전히 기업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도 이날 NBC 방송에 나와 “우리는 국가에 해를 끼치고 중국에 유리한 고지를 내줄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키진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AI 규제에 거리를 둔 것이다.
민주당은 즉각 총공세로 전환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비공개 민주당 모금 행사에서 인공지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며 당이 공개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촉구했고,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뉴욕)은 미국 ABC방송에서 "지금 당장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당 차원의 긴급 대응을 예고했다.
죄수의 딜레마 빠진 미중... 24일 정상회담 시험대
이목은 24일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 쏠린다. 미국과 중국 모두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을 의심해 먼저 제동을 걸기 어려운 ‘죄수의 딜레마’에 놓여 있는 만큼, 양국의 포괄적 합의가 도출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AI 의제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정상회담 이전에 별도 고위급 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안보국(NSA) 등 미 연방기관 3곳이 중국 AI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첨단 AI모델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추출했다고 공개 비판을 한 것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다루게 될 AI관련 논의에서 협상력을 키우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